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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3월

돌아온 탕자, 그 현대판 이야기 <벤 이즈 백>(2018)

과월호 보기 장다나(영화 평론가)

크리스마스 하루 전 홀리(줄리아 로버츠)와 가족들 앞에 아들 벤(루카스 헤지스)이 나타난다. 벤은 약물 중독으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던 중, 연락도 없이 불쑥 가족들을 찾아온 것이다. 반가운 마음과 걱정 반으로 기쁘게 맞이한 홀리와 달리, 재혼한 남편과 딸은 벤의 방문이 반갑지 않다. 함께 성탄예배를 다녀 온 그날 밤, 홀리의 집은 도둑이 들어 난장판이 되고, 반려견 폰즈가 없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어느 누구도 벤을 반기지 않는 상황 속에서 홀리와 벤은 폰즈를 찾아 나서고, 이들의 갈등과 균열은 점점 커진다.
<벤 이즈 백>은 ‘돌아온 탕자’ 그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감독은 ‘과연 그 탕자는 어떤 삶을 살게 됐을까?’라는 작은 의문에서 이 영화를 구상했다.
벤의 죄목은 마약 중독 그리고 마약 밀매 및 운반책이었다. 벤이 재활 치료를 마치고 마을로 돌아왔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환대가 아닌 원망과 복수에 찬 시선이다. 벤으로 인해 마약 중독자로 살다가 생을 마감한 딸의 엄마, 아직도 마약을 찾아 거리를 헤매는 벤의 친구들, 벤에게 마약을 몰래 팔아 오던 고등학교 교사 등 과거 벤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은 고스란히 슬픔과 치부 혹은 숨겨야 할 어두운 비밀이 돼 마을 곳곳에 남아 있다.
이 스산한 도시 어디에도 환대는 없다. 그리고 용서와 자비도 없다. 벤을 질투하는 동생 아이비의 모습은 돌아온 탕자를 못마땅해한 형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현대판 탕자는 죄를 회개하는 것과 별개로 영원히 그 죗값을 치러야 한다.
<벤 이즈 백>은 돌아온 탕자의 이야기이자, 탕자를 쓸어안는 어머니의 이야기이다. 홀리가 벤을 쓸어안는 모습은 퍽이나 인상적이다. 24시간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조금이라도 마약과 연관된 모습을 보이면 바로 무덤가로 끌고 가 죽을 자리를 결정하라며 온갖 욕을 쏟아 낸다. 집착이 아닌가 싶을 정도지만, 홀리는 모두가 벤을 포기하라고 할 때 포기하지 않는 유일한 존재다. 아들을 잃을 바에는 차라리 마약 중독자로 체포해 달라고 외치는 홀리의 모습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성애를 떠올리게 한다.
<벤 이즈 백>. 영화 제목처럼 벤이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의지를 넘어, 그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린 어느 누군가의 바람과 기도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