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장다나(영화 평론가)
이 영화는 한창 인기몰이 중인 비틀즈 멤버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가 TV쇼 생방송을 앞두고 떠난 1박 2일의 결코 순탄치 않은 여정을 담았다.
<하드 데이즈 나이트>는 비틀즈의 세 번째 앨범 수록곡이자 전 멤버가 등장하는 첫 영화이기도 하다. 리처드 레스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던 1964년 오리지널 필름 버전이 최근 비틀즈 탄생 50주년을 맞아 디지털 복원작업으로 재탄생됐으며, 우리나라에는 지난 2016년 <비틀즈: 하드 데이즈 나이트>라는 이름으로 개봉된 바 있다.
레스터 감독은 시종일관 기존 장르영화의 서사와 형식에서 벗어나 라이브 방송, 다큐멘터리, 뮤직비디오의 경계를 넘나들며 생동감을 부여한다. 비틀즈가 이 영화에 출연을 수락한 이유 역시 각본에 의한 인위적인 영화가 아닌, 자유로운 형식을 시도하려는 감독의 의도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즉각적인 상황에 반응하려 했고, 비틀즈에 의해 영화가 움직이는 방식을 원했다”라며 “긴 대사를 외울 인물들이 아니기에 한 줄 분량의 대사를 사용했고, 나머지는 자유로운 에드리브에 맡기려고 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1960년대 음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비틀즈처럼 <하드 데이즈 나이트> 역시 영화계에서 선풍적인 반응을 얻었지만, 적지 않은 비판도 받았다. 비틀즈를 일종의 거대 문화산업으로 바라본 이들이 이 작품을 단순히 앨범 홍보나 흥행 전략으로 여겨 영화 자체의 작품성에 눈을 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철저하게 준비된 플롯 구조를 중시 여기던 당시 영화 관계자들의 눈에 이 영화는 틀도 없이 제멋대로 돌아가는 완성도 없는 습작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감독은 비틀즈의 음악과 정신에서 ‘자유분방함’이라는 스타일을 유려하게 포착했다. 현장감이 느껴지는 핸드헬드 기법이나 빠른 편집, 또 콘티뉴이티(장면의 부드러운 연결)를 과감하게 거부한 연출법은 영화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와 동시에 클로즈업이나 디졸브 같은 전통적인 기법도 적극 활용해 고전영화에서 현대영화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특성 또한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런 의미에서 <하드 데이즈 나이트>는 자유의 상징으로서의 비틀즈의 영향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실험으로 오랫동안 회자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