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장다나(영화 평론가)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와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은 예술가의 삶을 꿈꾸며 살아가는 청년들이다. 우연한 만남으로 사랑하게 된 이들은 젊음의 시간을 함께 달리며 사랑과 꿈 그리고 예술 사이에서 좌절과 행복을 경험한다.
‘라라랜드’는 통상 꿈같은 세계, 비현실적인 세계라는 의미로 쓰이지만 ‘라라’라는 발음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스크린을 통해 잠시나마 꿈을 꾸는 할리우드라는 무대, 즉 LA를 지칭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위플래쉬>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고전 할리우드 뮤지컬 장르에 대한 경외, 일종의 오마주로 <라라랜드>의 형식을 고민한 바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쉘부르의 우산>, <톱햇> 같은 1940~1960년대에 큰 붐을 일으킨 뮤지컬의 흔적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세바스찬이 주차장 언덕에서 가로등을 붙잡고 한 바퀴 빙 도는 장면, 신명나게 탭 댄스를 선보이는 장면은 곧바로 <사랑은 비를 타고>의 진 켈리를 떠오르게 한다.
그뿐 아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시네마스코프’라는 이름이 뜨고, 동시에 스크린의 화면 비율은 가로 세로 2.55:1의 비율로 바뀐다. 이는 1950년대 뮤지컬이나 서부극 같은 역동적인 장르 영화에 적용된 방식으로 지금의 2.35:1의 비율과 차이가 있다. 이 방식 역시 이 영화가 철저하게 고전 할리우드에 대한 향수로 가득 차 있음을 증명하는 지점이다.
<라라랜드>는 젊은이들의 사랑과 꿈, 그리고 예술과 삶에 대한 단상이다. 도전과 좌절,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는 이들의 삶은 계절의 변화와 맞물리며 과거라는 시간 속에 차곡차곡 쌓여 간다. 그것은 기억과 추억이라는 이름이 돼 다시 현재로 소환된다.
영화는 봄이 아닌 겨울로 시작한다. 이는 겨울에서 시작해 다시 소생하고 따뜻해지는 좀 더 커다란 삶의 순환으로 바라보기 위함일 것이다. 극 중 세바스찬의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 보자”라는 말처럼,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재회하는 흐름이 결국 우리 삶을 가득 채워 줄 것이라는 뜻과도 일맥상통한다. 돌아보면 빛나는 인생의 기억들에 대한 향수. 어쩌면 이것이 <라라랜드>가 담고 있는 인생에 대한 노래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