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장다나(영화 평론가)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큰 이슈 중 하나는 <문라이트>의 최우수 작품상 수상이다. 모두가 <라라랜드>의 수상을 기대하고 있을 때, 아카데미는 미국 사회에 강하게 뿌리박힌 편견의 시선을 견뎌내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한 흑인 청년의 성장담에 손을 들어줬다.
이 영화의 원작은 희곡 <달빛 아래 흑인 소년들은 파랗게 보인다>로, 연극으로 제작되기 전에 먼저 영화화됐다. 구조 또한 주인공의 유년기(리틀), 소년기(샤이론), 청년기(블랙)의 이름을 사용했는데, 이는 현재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삶의 단면을 그대로 흡수하려 한 시도로 보인다.
영화는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 관계와 개인의 섬세한 감정 표현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장면을 꼽자면 주인공이 리틀로 불리던 유년시절, 친구들에게 쫓겨 숨어 있던 장면이다. 어둠 속에서 숨죽이는 리틀의 모습은 편견과 폭력에 보호받지 못하고, 암흑 속에 길을 잃은 흑인 소년의 불안을 반영한다. 이때 문을 부수고 밝은 빛과 함께 들어온 후안을 만나는데, 이 장면은 후안이 앞으로 리틀의 조력자가 될 것임을 예견하게 한다. 마치 온 세상이 어둠으로 가득할 때 한 줄기 빛만으로도 우리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문라이트>에는 총기와 죽음, 마약과 폭력 등 할렘가의 문제가 끊임없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잔인한 사건 자체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마 한 사람의 인생이 ‘표면적 사건’보다 ‘내면적 사건’ 즉, 일상에서 만나는 관계와 사랑을 통해 변화함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영화 소재가 가난, 흑인, 마약, 폭력인데 비해 모래 촉감, 푸른 달빛, 해맑은 아이들, 사랑하는 이를 위한 요리 한 접시가 매우 감각적이면서도 따스하게 다가온다.
<문라이트>는 ‘햇빛 아래 검지만 달빛 아래 푸른’ 흑인들을 의미한다. 피부색처럼 변하지 않는 것조차 사실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라이트>는 현재 미국이 당면한 사회적 문제를 예리하게 포착하면서도, 한 인간의 삶의 여정을 통해 변화와 성장을 감각적으로 그린 한편의 영상시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