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장다나(영화 평론가)
막강한 매거진 <라이프>의 작가로 등단한 데니스 스톡(로버트 패틴슨)은 당대 연예인들의 가십을 담으며 살아간다. 예술가로서의 삶과 거대 산업에 소비되는 삶 가운데서 고뇌하던 데니스는 영화 개봉을 앞둔 신인 배우 제임스 딘(데인 드한)을 만난다. 그리고 그의 자유로운 영혼을 통해 서서히 변화돼 가는 자신을 느끼게 된다.
<라이프>는 ‘청춘’과 ‘반항’의 아이콘인 제임스 딘의 가려진 모습을 한 사진작가의 시선으로 추적한다. 이 시선은 한때 사진작가로 또 대중 예술계에 몸담았던 감독 안톤 코르빈이 바라본 자아이기도 하다.
안톤 감독의 데뷔작 <컨트롤>처럼 <라이프>에도 스타의 화려함만이 아닌 또 다른 모습을 담고자 하는 시선이 스며들어 있다. 유명세를 타기 전 평범한 제임스 딘의 모습, 그리고 그 모습에 점차 변화를 맞는 데니스 스톡의 모습이 그렇다. 감독은 가십 사진을 찍으며 가장 심적으로 위기를 느끼던 시기의 데니스 스톡과 성공 가도 속에서도 자유롭고 싶어 하는 제임스 딘의 관계에 주목한다. 예술적 가치와 성공을 바라던 데니스 스톡에게 제임스 딘은 새로운 자극을 주는 뮤즈가 되고, 두 사람은 돈독한 신뢰를 쌓게 된다.
영화는 일종의 로드무비 형식을 띤다. 극 중 두 사람은 인디애나로 여행을 떠나는데, 인디애나는 ‘순수한 처음’을 의미하는 장소로 두 사람의 여정은 발전적인 변화를 맞는다. 제임스 딘에게 인디애나는 고향이자 애착이 담긴 곳이다. 반면, 데니스 스톡에게는 그곳은 처음으로 원하던 작품에 몰입하게 한 곳이자, 자신의 곤고한 현실을 더욱 직시하게 하는 장소다. 무심코 제임스 딘을 따라온 타지에 불과했지만, 이 여행이 제임스 딘만의 것이 아닌 자신의 여정임을 깨닫게 되면서 그의 사진에는 더더욱 생기가 넘친다.
<라이프>는 제임스 딘을 통해 인디애나가 낳은 시인 제임스 휘트컴 라일리의 시를 읊는다. 라일리는 인디애나의 향토색 짙은 서민의 시인으로 불리는 사람이다. “우린 돌아가야 한다”라는 그의 시 첫 문구 역시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하는 세상 속에서 진정한 나를 바라봤던 ‘어떤 시기’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결국 이곳의 경험은 아티스트로서의 길, 그리고 순수한 예술을 추구하고자 했던 길로 두 사람을 인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