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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3월

당신의 오늘은 안녕하신가요 <안녕하세요>(1959)

과월호 보기 장다나(영화 평론가)

 아침이 시작되는 일본의 한 마을. 마주 보고 있는 주택 단지의 정겨운 비질 소리, 바쁘게 마을을 통과하는 기차 소리로 일상이 시작된다. 아이들은 방귀 뀌기 장난을 치며 등교하고, 어른들은 언제나 그렇듯 “오하요”(안녕하세요?)라며 인사한다. 평범함이 반복되던 어느 날, 장난꾸러기 형제 미노루와 이사무는 부모님께 TV를 사 달라고 졸랐다가 거절당한 후 침묵으로 반항하고, 마을에는 부녀회 회비를 둘러싼 작은 소동이 벌어진다.
일본 모더니즘 영화를 대표하는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1959년 작 <안녕하세요>는 TV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경제 성장기 일본 서민의 삶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신식 문물을 두고 벌어지는 가족 간의 해프닝을 그리지만, 작은 공동체 집단에서 ‘말’과 ‘오해’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 사고를 통해 관계와 삶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오즈 야스지로 영화 속 웃음은 대부분 반복과 변주에서 발생한다. 예를 들면 남편의 방귀 소리에 아내가 “부르셨어요?” 하며 자잘한 걸음으로 다다미 위를 바쁘게 오가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발생하는 실소 같은 것이다. 침묵으로 반항하던 형제가 침묵을 깰 수밖에 없는 상황의 연속으로, 결국 입을 여는 장면의 허탈한 웃음 또한 그렇다.
실상 ‘코미디’란 웃음 너머에 있는 암담한 현실을 뛰어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오즈의 영화에서는 그것이 TV나 세탁기, 혹은 도시로 가는 젊은이로 표현되는데, 현대화되는 당대 일본 사회에 대한 씁쓸함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오즈가 현대 문물을 오롯이 부정하는 것만은 아니다. 불화와 세대 차이를 상징하던 문물은 인식 변화를 통해 화합의 도구로 활용되면서 그 시대를 반영한 새로운 가족 분위기를 완성한다. 이는 서구 문물과의 공존 방식에 대한 일본의 태도를 가늠하게 한다.
상대에게 속상해도 다음 날 언제 그랬냐는 듯 “오하요”를 건네는 우리네 소소한 인간사를 향해 감독은 ‘다다미 쇼트’라는 영화적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카메라를 바닥에 앉아 있는 사람의 눈높이에 놓고 촬영해 상대방의 눈을 보며 대화하는 것 같은 친밀감을 선사한다. 거기에 더해지는 감독의 말, “어째, 오늘도 안녕하신가?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