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오정현 목사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새로운 해는 분명 가슴이 두근거리고, 기대감에 부풀게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삶의 고단함이 사라지지 않아 공허함과 절망감에 지친 이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연극을 보면, 고고와 디디에라는 두 주인공은 날마다 나무 아래서 무엇인가를 기다린다. 바로 고도(Godot)이다. 고도가 사람인지 메시아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연극 내내 두 주인공은 ‘기다림’이라는 고도를 붙든다. 아마도 그것은 희망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연극의 두 주인공처럼 우리는 왜 고도를 기다리고 만나야 하는지를 모른 채, 인생을 살고 있다. 기다림의 무료한 시간들을 쓸데없는 잡담으로 보내며, 인생을 낭비한다. 언제쯤이면 나의 막힌 인생길이 트이고, 다람쥐 쳇바퀴 같은 하루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까?
그 비결은 바로 은혜 받는 삶을 사는 것이다. 영국의 대각성운동의 선두주자 조나단 에드워즈는 “은혜는 내 영혼의 지평이 열리는 문이다. 인생의 꽉 막힌 상태에서 은혜의 문이 열려야 인생의 문도 열리게 된다”라고 말했다. 출애굽기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앞에는 홍해가 막혀 있고, 뒤에는 애굽의 군대가 쫓아오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지만 하나님을 붙들자,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에 큰 동풍의 바람이 불어 바닷물이 갈라지며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모세가 바다 위로 손을 내밀매 여호와께서 큰 동풍이 밤새도록 바닷물을 물러가게 하시니 물이 갈라져 바다가 마른땅이 된지라”(출 14:21). 이렇듯 은혜의 동풍이 불어야 우리 앞에 거대하게 버티고 선 홍해가 갈라질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인생은 이런 드라마틱한 기적보다는 고도처럼 언제 오는지 모르게 천천히 진행된다. 출애굽의 기적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은혜 받는 삶을 살려면, 지속적으로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알아 드리고 기쁘게 해드려야 한다. 창조주 하나님이 나 같은 죄인을 사랑하시는 신비를 깨달아야 한다. 또한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는 기쁨이 우리에게 있어야 한다. 아이가 “아빠” 하고 부르며 아빠의 품에 안기듯이, 하나님은 도움을 요청하는 자녀들에게 반드시 피할 길을 열어 주시기 때문이다.
마이클 프로스트는 “진정한 기적을 원한다면 가서 물을 긷고, 장작을 패고, 돌을 쪼아라. 그게 기적이 아니냐? 이 땅에서 5년, 50년, 80년을 살되 그 누구도 속이지 않고 저주하지 않으며 살인을 하지 않은 자가 참으로 복된 자로다”라고 말했다.
일상의 삶 속에서 정직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 자체가 기적이며, 은혜요, 축복받는 삶이라는 것이다. 삶의 매 순간을 기적의 눈으로 해석하고 주어진 일에 정직과 감사를 다해 불안하고 실망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영혼이 전율하는 한 해를 뚜벅뚜벅 걸어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