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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7월

대나무로부터 배운 지혜

과월호 보기 오정현 목사

  대나무는 소나무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상록식물 중 하나다. 많은 시인과 화가로부터 대나무가 사랑받는 이유는 순경(順境)에서나 역경(逆境)에서나 한결같은 이 푸르름 덕분이다. 그래서 대나무는 소나무와 매화와 더불어 세한삼우(歲寒三友)라 불리고, 그 기개를 높이 사 사군자(四君子) 중 하나로 칭송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푸르름 못지않게 대나무가 자랑하는 것 중 하나는 성장 속도다. 늦은 봄기운이 만연하는 5~6월이면 겨우내 딱딱해진 땅을 뚫고 대나무 순이 돋아난다. 그리고 6주가 지나면 16미터에 가까운 대나무로 자라는데, 많게는 하루에 1미터가 자라는 경우도 있다. 봄비가 내린 뒤 여기저기서 빠르게 돋아나는 대나무 순의 모습을 빗대어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그 성장 속도가 빠르다.
  아이러니한 점은 한 달 만에 10여 미터 자라는 대나무가 그 뿌리를 내리는 데는 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어쩌면 대나무가 그렇게 빨리 자랄 수 있는 이유가, 그리고 이렇게 빠르게 자라면서 곧은 자태를 자랑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일지 모른다. 뿌리를 내리는 데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기 때문에, 그만큼 빠르게, 그러면서도 곧게 자랄 수 있는 것이다.
  영적인 성장 원리 역시 마찬가지다. 성경에서, 그리고 기독교 역사 속에서 우리는 영적인 거목을 많이 만난다. 그들이 보여 준,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믿음은 때로는 도전을 넘어 좌절을 가져다줄 만큼 놀라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마치 대나무의 뿌리를 보듯이 외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믿음 이면에 숨겨진, 그들을 영적인 거목으로 튼튼히 서게 했던 근원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들의 믿음을 지탱했던 영적인 뿌리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하나님과 매일 만나는 생활이다. 세계적인 부흥사 D. L. 무디는 이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한꺼번에 많이 소유해서 일생 동안 살아갈 수는 없다. 만나는 일주일에 6일 동안 날마다 새롭게 내렸지만 오래갈 수는 없었다. 따라서 야위고 반쯤 굶주린 그리스도인이 대단히 많은 이유는 저들이 묵은 만나를 먹고 살기 때문이다.”
  예수님도 요한복음에서 자신을 포도나무에, 우리를 가지에 비유하셨다. 가지인 우리가 영적인 열매를 풍성히 맺는 비결은 나무 안에 거하는 것, 즉 나무에 접붙여지는 것이다. 반대로 날마다 나무로부터 영적인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한다면, 영적으로 메말라 무디가 말한 ‘야위고 반쯤 굶주린 그리스도인’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매일 하나님과 만나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대나무의 뿌리가 내리듯 조금씩 쌓일 때 예수님이 약속하신 풍성한 열매를 맛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