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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월호 보기 오정현 목사
우리네 직장 문화의 대표적인 코드는 오랫동안 ‘차나 한잔 하자’였다. 상대방의 안부를 묻는 말로 이만큼 정겨운 말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이 말을 상사로부터 듣는 것은 해고통지와 다름없는 말이 돼 버렸고, 취업을 청탁하려 할 때도 이 말부터 하게 된다. 그 이유는 아마 찻잔 속에 담긴 온기가 식기 전까지 껄끄러운 말을 꺼내는 망설임을 유예하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
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경제 한파로 현재 많은 이들이 이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평소 자신감에 차 있고 깊은 신앙심을 지닌 이들 중에도 이런 고난 앞에 흔들리며,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까지 힘들게 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불안감과 좌절감에서 벗어나는 길은 상황 너머에 계신 주님을 바라볼 때 가능하다. 물론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마치 커다란 바위를 산 정상까지 밀어 올렸다가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형벌을 영원히 되풀이해야 하는 시지프스(Sisyphos)처럼 좌절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그러나 그럴수록 어려운 상황을 넘어 소망의 터전이 되시는 주님을 바라본다면 그때부터 소망의 싹이 자랄 수 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빈손이라면 더욱더 주님 앞으로 나오는 것을 주저하지 말자. 세상을 이기는 힘은 모두 성경 안에 있다. 말씀만이 우리를 새롭게 하고, 현재의 상황을 뛰어넘는 힘을 공급해준다. 야곱이 얍복 강가에서 주님과 씨름하여 새롭게 됐듯이 말씀과 기도로 주님과 깊이 만나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
20세기 최고의 복음주의 지도자인 마틴 로이드 존스는 “복음만이 현대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자 해답이다”라고 강조한다. 즉,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요, 오직 능력과 사랑과 절제하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주님을 붙잡고 기도할 때, 주님이 주시는 능력을 덧입을 수 있다.
다시 한 번 주님께 집중해 보자. 더불어 이럴 때일수록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부터 더욱 깊이 사랑하자. 그러면 삶을 짓누르는 온갖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직 주님이 주시는 평안과 위로, 형통의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다. 상황 너머에 계신 주님을 바라보며, 고난을 축복의 시간으로 바꿔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