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14년 04월

인도(印度)의 성화

과월호 보기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전해 오는 얘기로는 인도에 기독교가 전파된 것이 A.D. 52년에 예수님의 제자였던 도마가 인도에 오면서부터라고 하는데, 이 도마가 바로 그 의심 많던 도마다. 그는 인도의 여러 곳을 다니며 전도에 힘쓰다가 A.D. 72년에 마일라폴(Mylapore)에서, 오늘날 성 도마 교회가 세워져 있는 그곳에서 순교를 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후대에는 포르투갈이 고아(Goa) 지역을 식민지로 만들면서 서양선교사들이 많이 방문하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인도의 종교로 힌두교와 이슬람교를 손꼽지만, 이처럼 기독교도 꽤 오랜 전통과 함께 어느 정도 세력을 갖고 있다. 18세기 말에는 개신교의 윌리엄 케리(William Carey) 선교사가 들어가 동북부 지역에 큰 영적 부흥을 일으켰으며, 사회 개혁 단계까지 이르렀다. 이런 전통을 기반으로 인도에는 20세기에 들어와서도 많은 기독교 미술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인도풍의 성화로 널리 알려진 두 사람의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안젤라 트린다데(Angela Trindade, 1909~1980)는 뭄바이 출신으로 부친도 유명한 기독교 미술 화가다. 그녀는 부친이 교수로 있던 미술대학에서 수학했으며, 고아 지역의 대표적인 화가로 활동했고, 그녀로 인해 고아 지역에서 많은 여류 화가가 나오게 됐다.
여기에 소개한 <예수와 사마리아 여인>은 예수님께서 우물가에서 만난 사마리아 여인에게 생수를 주제로 복음을 전하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나무 그늘에 앉은 예수님도 인도식 의상을 입고 계시며, 사마리아 여인도 인도 여인의 모습이다. 인도인들이 쉽게 이 주제에 접근할 수 있게 배경과 인물들을 인도화한 것이다. 성화를 그리는 데 있어서 반드시 사마리아의 자연 풍경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인도 작가들의 견해다. 안젤라는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마리아의 모습도 많이 그렸는데, 모두 인도식 의상을 입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특징은 여러 인도의 작가들에게서도 발견되는데, 프랭크 웨슬리(Frank Wesley, 1923~2002)도 그중의 한 명이다. 웨슬리는 아잠가르라는 북쪽 지방 출신으로 인도의 미술대학에서 수학한 뒤 일본의 교토대학이나 미국의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와 같은 곳에서도 공부해서 일본적인 회화 표현이나 미국적인 성향도 가미하고 있다.
여기 소개한 <막달라 마리아>는 그의 대표작으로 자주 인용되는 작품으로,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님의 발아래 엎드려 향유를 붓고 경배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막달라 마리아는 검은 긴 머리와 가늘고 긴 눈썹 그리고 여성적인 분위기로 인해 이전의 인도미술에서 보이던 여성 조각들을 연상시킨다. 다른 배경 없이 막달라 마리아를 클로즈업한 이 작품만 보더라도 인도적인 느낌이 잘 살아 있으며, 막달라 마리아의 온전한 경배와 헌신을 고인 눈물에서 감지할 수 있게 표현했다.
이 두 작가 모두 인도를 대표하는 기독교 미술 작가들인데, 자국의 면모를 잘 살리는 것이 곧 세계적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좋은 예들이다.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상당한 변화도 기꺼이 시도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이들의 작품들에서 느낄 수 있다.
- jungheehan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