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서양 미술에서는 예수님이 오른손으로 축복하는 자세를 취하고, 왼손으로는 십자가가 달린 둥근 구슬을 들고 있는 그림이 자주 등장한다. 이 주제가 바로 ‘Salvator Mundi’라고 하는 것으로 ‘세상의 구원자’(Savior of the World)라는 의미이다. 동양, 특히 일본에 서양화가 처음 전해진 것도 이 주제를 그린 것으로 동양인에게도 친숙한 기독교 도상이다.
이 주제는 이미 로마네스크 시대 팀파늄(Tympanum, 교회 정문 상단부에 설치된 반원형 공간)에 보이는 위엄자의 모습이나 비잔틴 시대의 판토크라토르(Pantokrator), 즉 ‘우주의 지배자’라는 도상이 결합한 것으로서 14세기와 15세기 작품들에 많이 나타난다. 축복하는 손은 신의 자비로움을 상징하며, 공 모양의 구슬은 지구나 땅, 그 위의 십자가는 만물에 대한 승리를 의미한다.
이 오래된 주제는 저명한 작가들이 많이 참여해 이어가고 있었는데, 근래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이 주제의 작품이 새롭게 발견돼 주목을 끈 바 있다. 2011년 영국의 내셔널 갤러리에서 전시됐는데, 논란이 된 이 작품도 현재는 진품 쪽으로 의견이 많이 기울어 그 가치가 2천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오른쪽 그림에서 보듯이 예수님은 오른손으로 축복의 자세를 취하고, 왼손으로는 크고 둥근 구슬을 들고 있다. 십자가는 보이지 않지만 예수님의 신비한 표정이나 경계가 불분명한 윤곽선 처리 등에서 다빈치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섬세한 옷 주름과 정밀한 얼굴 처리에서 다비치만의 솜씨를 보여 진품으로 간주되고 있다.
북구 르네상스의 작가들도 이 주제를 즐겨 그려 얀 반 아이크나 한스 멤블링, 그리고 알브레히트 듀러 등이 작품을 남겼다. 여기에서는 듀러의 작품을 보고자 한다. 정면을 부동자세로 신비롭게 쳐다보는 다빈치의 예수상과 달리, 듀러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예수님을 묘사하고 있다. 손도 위로 치켜들지 않고 아래에서 가볍게 들고 있다. 즉 위엄과 권위를 약화시키고 있으며, 신적이기보다는 인간적으로 표현돼 있다.
약간 고민하는 듯한 표정과 의상의 화려한 색 대비의 예수상은 무언가를 막 시작하려는 젊은이의 모습 같기도 하다. 이런 경쾌함과 활달함은 이전과 달리 현실적이고 합리적 표현으로 예수님의 신성보다는 인성이 강조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일부 처리에 미흡함이 보여 미완성 작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 도상이 일본에 들어 올 무렵에는 원구 위에 다시 십자가가 확실하게 그려지고 있었고, 예수님의 얼굴 주위에 많은 천사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또 예수님의 얼굴에도 명암이 강하게 들어가 보다 회화적이고 장식적인 형태로 변모하고 있었다. 자세도 몸을 옆으로 틀어서 옆을 바라보는 형태로 바뀌었다. 긴 세월에 걸쳐서 이 주제도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모하면서 예수님의 모습이 시대에 따라 변한 것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인간들을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 그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 이 구세주 상이다. 아직도 이 땅에는 인간의 죄와 욕심으로 인해 재난과 고통이 가득하다. 주의 길을 예비한 세례 요한의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라는 외침이 다시 들리는 듯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Salvator Mundi, 약 1500년, 개인 소장
알브레히트 듀러, Salvator Mundi, 약 1505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