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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야곱의 사다리

과월호 보기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야곱이 형 에서를 피해 도망갈 때 하나님은 벧엘에서 그를 처음 만나 주셨다. 야곱은 꿈속에서 하늘까지 닿은 사닥다리를 천사들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운데 하나님이 그 위에 서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게 된다. 땅과 후손을 주시고 자신과 늘 함께하시며 지키신다는창 28:10~22 언약의 말씀을….  야곱은 할아버지 아브라함과 아버지 이삭의 뒤를 이어 믿음의 계보를 잇는 귀한 체험을 하게 된 것이다.
한편 요한복음에도 예수님이 나다나엘을 제자로 부르실 때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늘이 열리고 하나님의 사자들이 인자 위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보리라”요 1:51라고 이를 묘사하는 말씀을 하셨다.
이 특이한 장면은 흔히 ‘야곱의 사다리’라고 부르는데, 이 호칭은 책이나 영화의 제목으로도 여러 번 사용되었다. 사람들은 이 사다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고 보기도 하고, 하늘과 땅을 이어 주는 가교이며, 우리의 구원과 하나님의 깊은 사랑을 의미한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샤갈을 비롯해 많은 작가가 이 경이로운 순간을 미술 작품으로 표현했다. 여기서는 17세기 체코에서 활동했던 독일 화가 마이클 윌만Michael Willmann, 1630~1706과 현대 우리나라 화가 정해숙의 그림을 통해 이 주제의 표현을 살펴보고자 한다.
마이클 윌만은 프러시아에서 출생했고 네덜란드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나중에 실레시아의 로이버스 지역에서 활동했던 바로크 화풍의 화가다. 그의 그림은 바람이 세차게 부는 어느 날 밤, 숲 속에 사다리가 하늘로 이어져 있고 그 위로 많은 천사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서 오르내리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성경에 충실하게 표현했다.
하늘은 밝게, 땅은 어둡게 색을 대비시키며, 화면의 우측 하단에 돌베개를 베고 빨간 옷을 입고 누워 있는 야곱을 배치하여 보는 이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과 화면 중앙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사다리, 그 위를 오르내리는 수많은 천사, 이 모든 역동성이 화면 구석의 작고 외로운 야곱에게 모아지게 하는 화가의 탁월함이 보인다.
한편 정해숙의 작품은 이 장면을 현대적 감각으로 추상화하여, 이 주제뿐 아니라 작가의 폭넓은 성경적 이해를 기하학적으로 깊이 있게 표현하고 있다. 화면 중앙은 사다리 대신 위로 오르는 계단이 안정감 있게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사다리를 계단의 의미로 해석하는 신학적 견해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화면 아래쪽에 세상을 상징하는 도시가 있고, 계단 주위와 화면 중앙에는 사랑과 평화를 상징하는 큰 원이 둘러져 마치 하나님의 품 안에 안겨 있는 듯한 푸근함을 느끼게 한다.
계단이 일곱 무지개 색인 것은 우리에게 주시는 영원한 하나님의 약속을, 위로 갈수록 밝아지는 것은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하늘로 향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며, 오른쪽의 비둘기는 자신이 체험한 성령을 묘사한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사랑, 은혜로 세상을 이기는 구원의 기쁨, 거룩함을 향한 신앙 여정이 조용히 평화롭게 푸른빛으로 다가온다. 
두 작품은 표현 방식이나 분위기가 많이 다르지만, 야곱의 사다리를 통해 하나님이 내려 주시는 은혜와 함께하시는 평강, 그리고 하나님께로 향하는 작가의 간절한 소망이 느껴지는 훌륭한 작품들이다.

 

- jungheehan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