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10년 12월

와다나베 사다오의 성화

과월호 보기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일본에서 성화가 그려진 것은 16세기 후반으로, 동아시아에서는 가장 일찍 시작되었으나 얼마 후에 일어난 엄청난 탄압으로 그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일본에 신앙이 다시 허용된 것은 1865년에 나가사끼에 오우라 성당이 건립되면서부터이다.
개신교는 1872년 요코하마에 해안교회가 세워지면서부터 허용되었다. 따라서 20세기에 들어와서야 기독교미술이 점차 활기를 띠며 제작되었고, 1973년에는 기독교미술전이 개최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역사가 깊다고 할 수 없는 일본의 기독교미술 영역에 뛰어난 작가가 나타났으니 그가 와다나베 사다오1913~1996이다. 그는 오직 기독교 주제의 작품만 했으며 모두 4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중에는 노아의 방주에 관한 작품이 10여 점,  최후의 만찬에 관한 작품이 20여 점에 이르는 등 같은 주제를 다룬 작품도 꽤 있다.
기독교인이었던 아버지가 와다나베의 나이 10세 때에 작고했기에 그는 고생하면서 공부했다. 17세에 세례를 받은 이후 평생 믿음을 지켰고, 장례는 그가 마지막에 다니던 동경의 목백교회에서 이루어졌다. 작품의 주제를 성경에서 찾으려 했기에 성경 읽기에 열심이었으며, 성경의 내용을 일본적인 감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는 염직업染織業에서 밑그림을 그리는 일에 종사했는데 이 방면의 대가인 세리자와 케이스케로부터 기법을 배웠다. 형염型染은 특히 오끼나와에서 전해 내려오던 것인데, 와다나베는 이 기법으로 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후에는 판화를 많이 해 형염판화의 대가가 되었다.
여기서는 그의 두 작품을 소개하고자 하는데 하나는 최후의 만찬이고, 하나는 요한계시록의 천사들이 바람을 막는 장면이다. 두 작품 모두 인물들이 만화와 같이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는 점이 특이하다. 최후의 만찬에는 식탁 위에 빵과 포도주 대신 사시미와 스시 등이 올라 있고, 제자들도 일본인의 얼굴과 복장을 하고 있으며, 제각기 심각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오른쪽 작품은 요한계시록 7장 1절에 나오는 “네 천사가 땅 네 모퉁이에 선 것을 보니 땅의 사방의 바람을 붙잡아 바람으로 하여금 땅에나 바다에나 각종 나무에 불지 못하게 하더라”라는 내용을 표현한 것이며, 멸망의 바람, 해로부터 우리를 지키시는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의미한다. 바람을 막고 있는 천사들과 바다와 나무들을 재치 있게 묘사했다. 와다나베의 이러한 인물의 표현은 그보다 일찍 활약했던 세계적인 판화 작가인 무나가타 시코 1903~1975의 영향이 큰 것이라 생각된다.
20세기 기독교미술에서 세계적인 현상은 주제를 자기 나라의 정서에 맞게 그리는 것이다. 서구적인 모습이 아니라 여기서 보듯이 자국의 인물들을 대상으로 하며, 심지어 의상과 음식에 이르기까지 모두 자신들이 이해하는 것으로 바꾸어 친근감을 살린다. 와다나베 사다오의 작품은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잘 반영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을 생각하게 하는 깊이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jungheehan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