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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1월

제자로 부르심

과월호 보기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예수님의 공생애는 광야에서 마귀의 시험을 물리치시고, 요한에게 세례 받으심으로 시작된다. 그 다음에 예수님이 시작하신 일이 제자를 부르시고, 데리고 다니시며 가르치신 일이다. 베드로, 안드레를 시작으로 처음에 5명, 그리고 두 번의 유월절이 지난 후 12명의 제자를 확정 지으시고 신약의 십계명이라 할 수 있는 산상수훈을 가르치신다.
옥한흠 목사님도 제자 된다는 것은 “믿는 자의 삶이요, 걸어가야 할 과정이요, 끝까지 지향해야 할 목표요, 동시에 교회의 사역 자체”라고 말씀하셨다『평신도를 깨운다』 p.122. 이와 같이 예수님의 제자로 부르심을 받는 것이야말로 은혜요, 새롭게 거듭난 삶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 주제 역시 많은 화가가 다루었는데, 여기서는 화풍이 다른 두 작품을 살펴보고자 한다.
왼쪽 작품은 르네상스 초기 화가였던 도메니코 기를란다요1449~1494의 <베드로와 안드레를 부르시는 그리스도>이다. 교황의 요청에 따라 로마의 시스틴 성당 벽화로 제작되어,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벽화들과 한자리에 있다. 도메니코는 한때 미켈란젤로의 스승이기도 했다. 왼쪽 작품은 예수님이 갈릴리 호수에서 고기를 잡고 있던 베드로와 안드레를 부르시는 장면인데마 4:18~20 같은 인물들이 한 화면에 두 번 등장한다. 화면 뒤편에 베드로와 안드레가 고기를 잡다가 부르심을 받는 모습이 있고, 맨 앞쪽에도 무릎 꿇고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모습이 있다. 주위에는 당시 피렌체의 상류층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으며, 뒤로는 멀리 피렌체의 산과 들, 강 그리고 날아가는 새들도 재미있게 묘사되어 있다. 주변에서 보이는 경치를 바탕으로 가상적인 공간을 만들어 내는 르네상스의 화풍을 볼 수 있다.
한편, 도메니코보다 약 100년 후에 활동했던 카라바조1571~1610는 이 주제를 완전히 다르게 묘사했다. 오른쪽 작품 <마태의 부르심>은 예수님이 팔을 뻗쳐 손가락으로 마태를 부르시는 장면으로, 마치 실제 현실의 순간을 포착한 것처럼 마태를 부르시는 예수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예수님의 큰 손가락은 마치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서 아담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바로 그 손가락을 연상케 한다. 밝고 어두움의 대비를 강렬하게 하여 안경을 쓰고 동전을 세고 있는 세리 마태에게로 시선이 모아지는 효과를 준다. 이처럼 실제감 있고 명암 대비가 강한 새로운 회화 표현은 후에 바로크의 화풍이 되어 크게 유행한다.
예수님의 제자로 부르심을 받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다. 하지만 제자로 산다는 것은 우리의 욕심과 정욕을 십자가에 못 박는 고난의 시작이기도 하다. 열심히 예수님을 따랐으면서도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했던 베드로, 의심 많던 도마, 낙심하며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 이들의 모습과 같은 우리를 꾸짖거나 내치지 않고 다시 찾아오신 주님의 사랑으로 인해, “내 양을 치라” 하신 사명을 회복하고 의심이 신뢰로, 낙심이 희망으로 변해 마음이 뜨거워졌던 제자들처럼 우리도 올 한 해 말씀을 더 깊이 알아 가고 순종하며 뜨겁게 살아갔으면 한다.


- jungheehan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