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12년 06월

흩날리는 꽃잎에도 하나님의 손길이

과월호 보기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을 화폭에 담고자 하는 마음은 어느 작가에게나 있겠지만, 특히 하나님의 시각으로 자연을 보고자 하는 현대의 작가들에게 이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화려하거나 장대한 경치도 그릴 수 있지만, 그래도 제일 즐겨하는 대상은 평범한 자연의 모습이다.
바위가 널려 있는 들판의 모습이나 개울물이 흐르는 시냇가, 그리고 돌담길을 따라 피어 있는 들꽃이나 길가의 이름 모를 풀들, 봄날에 흩날리는 꽃잎들과 같은 것들은 주위에서 너무나 손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평범한 것들로부터 주님의 손길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은혜라고 할 수 있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의 풍경이 바로 우리가 그토록 보고자 하였던 하나님의 손길이 깃든 곳이 아닐까? 어디에도 없는 듯 안 보이지만, 또한 어디에나 분명히 숨겨져 있는 보물찾기의 보물처럼 말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두 그림들도 이런 시각을 반영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밝은 색조 속에서 대각선으로 내려오는 꽃들의 흐름은 김창희 화백의 작품 <Song of Praise>이다. 여러 색으로 나뉘어 있는 이 꽃들은, 작가에 의하면 민들레의 홀씨가 여기저기로 떠다니는 모습이라고 한다. 작가는 “나는 민들레 꽃씨가 바람에 흩날리는 것을 보면서 영감을 얻는다. 민들레 꽃씨는 생존력이 강하고 잘 번식한다. 바람 따라 더 넓은 세계로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모습이 아릅답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 꽃씨들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이리저리로 날아가서 또다시 새 생명을 잉태하는 것이 마치 복음의 씨앗이 이곳저곳에 옮겨져 생명의 역사를 이루는 것과 같다. 이 역할을 실제로 감당하기를 원했던 작가는 실제로 목회자로서 그러한 사역을 하고 있다.
흩날리는 꽃잎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앞의 그림과 달리 주변의 모습을 좀 더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다음 그림은 최영걸의 <어느 봄날>이다. 여기에 보이는 장면은 제목처럼 따뜻한 봄날의 아주 평범한 장면이다. 한가로이 노닐고 있는 염소들과 울타리 곁의 흰 강아지, 그리고 나지막한 산자락을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노란 산수유 꽃은 평범함 속에서 힘 있게 터지는 밝고 건강한 생명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생명력 넘치는 봄날의 신선한 아름다움이야말로 하나님의 선물이며 축복임을 더욱 느끼게 된다. 이 노란 산수유 꽃들은 가을이 되면 빨간 열매가 되어 누군가의 생명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또 하나의 씨앗이 될 것이다. 이보다 더 귀하고 아름다운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작가는 이 장면을 그리는 데 매우 정교한 극사실에 가까운 기법을 쓰고 있다. 마치 사진을 보는 것 같지만, 사실 사진보다 더 밝고 생기 있게 묘사하여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스쳐 지나가기 쉬운 자연의 한 장면에서도 작가는 자연의 섭리와 그 속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고 있다.
작은 꽃이나 꽃잎일지라도 그 속에서 우리는 주님의 따스한 사랑의 손길을 느낄 수 있기에 오늘도 이 외롭고 험난한 세상을 기쁨으로 살아갈 수 있다. 이 봄날에도 역시 수많은 꽃들이 피고 지며, 또한 바람에 흩날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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