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동양에서는 그윽한 향기를 말할 때 난초와 매화의 향기를 거론한다. 특히 밤이 깊을 때 그 향이 가장 그윽하게 나온다고 해 암향(暗香)이라고 하는 매화의 향기는 옛 선비들이 가장 애호하는 것이었다. 그리스도인이 추구하는 향기는 그리스도의 향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고린도후서 2장 15~16절이 가장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구원받는 자들에게나 망하는 자들에게나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니 이 사람에게는 사망으로부터 사망에 이르는 냄새요 저 사람에게는 생명으로부터 생명에 이르는 냄새라 누가 이 일을 감당하리요.”
바울 사도는 당시 타락하고 음란했던 고린도에서 신앙생활 하는 교인들에게 그리스도인이라면 모름지기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겨야 하며, 이 향기를 통해 어둡고 죽어가는 사회가 밝고 생명이 넘치는 세상이 될 수 있으므로 그리스도인들이 이 역할을 감당해야 함을 말했다. 그로부터 2천 년이 지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 중에도 사도 바울의 마음을 동일하게 품고, 이를 형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들이 있다.
유성숙의 작품 <향기로 피어나다>는 그 제목에서도 드러나고 있듯이, 그리스도의 사랑의 향기를 표현해 보고자 했다. 작가는 “끊임없이 지워지길 바라는 상처 난 흔적들을 빛으로 소멸시키고 정화해 악취가 아닌 향기로 새롭게 피어나길 바란다”고 하면서 “그리스도인들 안에 사랑이 흘러넘쳐 향기가 주위에 퍼져 나가며 하나님과 하나 되고 평안의 쉼을 느꼈으면 한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러한 바람은 아름다움의 상징이기도 한 꽃을 바탕으로 형상화되고 있는데, 여러 밝은 색조의 아름다운 꽃들 속에서 무수히 많은 하얀 선들로 표현된 향기가 마치 하늘로 올라가는 연기처럼 끊임없이 솟아나고 있다. 형상적인 꽃과 비정형의 반 추상화된 향기들이 어울리며 환상의 세계를 보여 주는데, 이것은 진정한 기쁨의 세계를 표현하기도 한다.
한편 정연경의 작품 <Grace and Hope>는 중앙에 둥근 해를 두고 그 주위로 많은 불꽃들이 올라오고 있으며, 다시 그 위로 수많은 점들이 아지랑이 같이 피어나고 있다. 이것을 작가는 “중앙의 원형은 하나님의 영원성을 상징하고 밝은 해와 빛을 의미한다. 내면에서 흘러넘치는 은혜와 감사가 반짝이는 점이 되어 외부로 꽃향기처럼 스며들기를 소망한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자그마한 수많은 점들은 하나하나가 수많은 경험들과 생각들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두 작가는 표현은 다르나 그 추구하는 지향점은 유사하다 할 수 있다. 영원함에 대한 사모, 그리고 받은 사랑과 은혜가 주위로 흘러넘쳐 멀리멀리 펴져 나가기를 염원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향기는 형상화하기가 어려운 주제지만, 두 작가는 꽃과 해를 모티프로 해서 수많은 점들로 향기를 이미지화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이와 같이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어 살아가기만 한다면 주위에 그 향기가 퍼져 이 혼탁한 세상도 어느새 맑고 밝은 천국으로 변모할 것이다. 난초나 매화 혹은 이 봄날의 라일락 향기처럼 나의 삶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조용히 그리고 그윽하게 펴져 내 주변이 좀 더 아름다워지길 기도해 본다.
- jungheehans@hanmail.net
유성숙, 향기로 피어나다, 2012년, 혼합재료, 작가 소장
정연경, Grace and Hope, Acrylic on canvas, 2012년, 작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