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잔잔한 호숫가에 수양버들이 늘어져 있는 풍경은 언제 봐도 미소가 번지는 평화로운 장면이다. 조선시대 세종대왕에 의해 만들어진 서사시 <용비어천가>에 나오는 “불휘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뮐새 곳됴코 여름하나니…(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꽃 좋고 과실이 풍성하니)”의 구절은 시편 말씀을 떠울리게 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시 23:2)와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시 1:3)의 고백은 우리가 주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그의 섭리 안에 모든 것을 의탁했을 때 경험하는 영혼의 평안과 안식을 노래한다.
이 주제를 여러 작가들이 그림으로 표현했지만 여기서는 한국 현대의 두 작품을 보고자 한다. 김진숙은 <다윗의 노래>에서 주님을 바라보고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한 줄기의 꽃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그 꽃이 하나님을 상징하는 태양을 향하고 있다. 그 아래에 시냇물이 흐르고 있어 물가에 심은 꽃임을 암시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흔들리는 수양버들은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긴 자신을, 옆의 가시나무는 하나님의 뜻에 거스르는 죄와 고난을 상징하고 있다. 왼쪽에는 어두운 흑암의 세계가 있으며, 오른쪽에는 물결 모양으로 역사하시는 성령님을 그려 어두움과 은혜의 세계를 대비해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다윗이 그러했듯이 본인도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가 되고자 한 줄기의 꽃이, 또 수양버들이 되어 있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주님의 보혈을 덧입은 생명의 꽃으로 피어나 작은 입을 열어 주님을 노래하고자” 하는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어둠 속에서도 고난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믿음으로 찬양과 예배로 주님을 섬기고자 하는 마음을 아담한 작은 꽃으로 표현했다.
한편 김현석은 <시냇가에 심은 나무>를 펜화로 묘사하고 있는데, 둥근 원으로 표현한 시냇물에 많은 씨앗들이 담겨 있다. 위로 아름답게 자란 두 줄기의 나무가 뻗어 있는데, 능숙한 솜씨의 선이 우아하게 움직이고 있다. 작가는 우리가 다 한 알의 밀알이며 이들이 퍼져나가 받은 은혜를 온 세상에 전하는 매체가 될 것이라 믿으며, 수많은 밀알들을 정성껏 그린 것이다. 이 밀알들은 꽃이 되기도 하고, 성도들이 되어 무리 지어 의미를 만들고 있다.
작가는 이처럼 섬세하고 매끄러운 기법으로 나무뿐만 아니라 많은 대상물들을 그리고 있는데, 펜화로 신구약의 여러 장면을 작은 화면 속에 다양하게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특히 물가에 심은 나무 주제는 10년 전 성령 하나님께서 영감을 주셔서 기도의 단을 쌓는 심정으로 그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두 작가는 주님께 받은 은혜를 작품에 담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일상의 삶에서도 주님께 헌신하고자 노력하는 진지함이 작품 속에서도 묻어나 신앙의 깊이가 화면에 은은하게 흐르고 있다. 하나님의 말씀에 깊은 뿌리를 내려 믿음으로 매 순간 하나님을 선택하며 살아갈 때, 하나님께서는 분명히 사랑과 신실하신 성품으로 우리를 인도하실 것이며, 시들지 않는 푸르른 잎사귀와 철을 따라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하실 것을 믿는다. 그리고 이러한 신앙고백이 그림으로 표현된 작품을 감상하는 것 또한 행복이고 감사하게 되며 기쁨이 된다.
- jungheehans@hanmail.net
김진숙, <다윗의 노래>, 2012, 작가 소장
김현석, <시냇가에 심은 나무>, 2012, 작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