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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하나님께서 세우신 교회

과월호 보기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세상에는 수많은 교회가 있지만 한적한 시골 산기슭에 서 있는 자그마한 교회는 마음의 고향과 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 지중해의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빨간 지붕의 작은 교회를 보면 그 고요한 아름다움에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것 같다.
중세시대 고딕 성당을 비롯해 유럽에는 규모가 매우 큰 교회들도 많지만 이전의 화가들은 교회를 그릴 때 대개 마을의 작은 교회를 즐겨 그렸다. 여기에 소개하는 반 고흐(1853~1890)와 20세기 초 파리 화파의 모리스 위트릴로(1883~1955)의 그림도 자그마한 교회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다. 이 두 화가는 인생을 고통 가운데 보낸 점에서도 공통되지만 그들의 그림이 현실과는 다른, 아니 현실을 초월해 마음에 그리던 평화로운 세상을 구현하는 상상의 이미지로서 교회를 보여 주고 있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반 고흐는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자랐으나 교회를 많이 그리지는 않았다. 엄격하고 생활에 있어 모범적이었던 부친이 반 고흐의 예술적 기질을 잘 이해하지 못했기에 갈등이 심했지만 그렇다고 반 고흐가 기독교로부터 멀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의 작품 <오베르의 교회>는 그가 죽기 직전에 거주했던 파리 교외의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있는 교회를 그린 것으로 반 고흐 자신의 독특한 필치로 그려냈다.
이 교회는 지금까지 남아 있는데, 반 고흐는 이 고풍스런 교회를 곡선적이고 조각처럼 예쁜 형태로 바꿔 놓았다. 그리고 아름다운 색으로 천상의 궁전과 같이 변형시켰으며, 천국과 같은 파란 하늘과 대비되게 아래에 노란 꽃들과 두 갈래 길로 꿈의 세계를 반영했다. 그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두 갈래 길은 마치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반 고흐는 결국 스스로 생을 정리하는 선택을 해 비극적 결말을 가져왔다. 그림이 거의 팔리지 않던 당시 상황은 고흐에게 너무도 힘든 나날이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의 작가가 되었지만.
위트릴로의 그림 <코르시카 섬의 교회>는 제목 그대로 코르시카 섬에 있는 작은 교회를 그린 것이다. 낮은 구릉 아래에 서 있는 하얀 교회 역시 우리가 지중해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교회이다. 이러한 평범하고 작은 교회들을 많이 그린 위트릴로는 반 고흐 못지않게 힘든 생을 살았던 인물이다. 사생아로 태어나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자라서 젊을 때 방탕한 시절을 보내기도 했지만 자신의 삶과 다르게 순수하고 아름다운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예수님은 교회의 머리이시고 우리는 그분의 지체다. 하나님은 우리를 통해 교회를 세우시고, 우리는 주님의 몸 된 교회에서 예배 가운데 쉼과 평안을 얻는다. 우리는 주님께서 함께하실 때에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 어두움을 밝히고, 맛을 잃어 썩어가는 곳들에 맛을 내며 정결케 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물론 변화무쌍한 현실은 우리를 힘들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영원한 천국에 소망을 두고 이 땅을 나그네로 살아가는 우리는 믿음으로 이겨나갈 수 있다. 고흐나 위트릴로가 그린 교회의 모습도 영원을 바라는 소망의 표현이 아닐까? 이 땅의 교회인 우리들도 외형적 규모나 시설을 자랑하기보다 참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늘 점검해야 할 것이다.                                                            

- jungheehans@hanmail.net

 

반 고흐,  <오베르의 교회>, 1890, 오르세 미술관

위트릴로, <코르시카 섬의 교회>, 1912, 파리 개인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