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09년 02월

막달라 마리아의 열심

과월호 보기 한정희(홍익대 미술대학 교수)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님의 모친인 마리아와 함께 예수님과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여성이다. 그러나 막달라 마리아가 어떤 인물인지 우리는 확실히 알 수 없다. 몸에서 일곱 귀신이 나간 마리아, 베다니에 사는 마르다와 나사로와 남매지간인 마리아가 같은 사람인지, 그리고 예수님의 발등에 향유를 붓고 긴 머리로 닦아 준 사람이 바로 그녀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대해 동방 정교는 모두 다른 사람으로 보았고, 서방 교회에서는 6세기말 교황 그레고리 1세가 모두 동일인으로 정리했다.
일반적으로는 예수님이 일곱 귀신을 쫓아내 주신 죄 많은 여인으로 묘사된 마리아와 예수님의 발등에 값비싼 향유를 붓고 긴 머리로 닦아 내었으며 예수님이 돌아가실 때 현장에 있었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무덤 앞에서 가장 먼저 만난 마리아를 동일인으로 본다. 마리아가 향유를 예수님의 발에 부었는지 머리에 부었는지는 복음서마다 다르게 나온다. 그녀가 과연 창부였는지는 확증하기 어려우므로 우리의 추론은 여기서 멈추어야 할 것 같다.
그림으로 많이 그려지는 마리아의 모습은 예수님의 발을 닦는 모습,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모습, 그리고 부활 사건 이후에 동굴 속에서 기도하는 모습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여기서 소개하는 두 그림은 이탈리아의 아시시에 위치한 성 프란체스코 교회에 있는 막달라 마리아 예배실을 장식한 벽화이다. 왼쪽은 마리아가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바르는 장면을, 오른쪽은 부활 후에 정원지기로 나타나신 예수님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것은 모두 1320년경에 유명한 이탈리아의 화가 지오토의 공방에서 그린 작품으로 추정된다.
왼쪽 그림을 보면,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식사하시는데, 마리아가 다가가 예수님의 발에 입을 맞추며 향유를 바르고 있다. 파란색 배경과 빨간색 옷들이 대비되며, 인물들이 모두 지오토 특유의 튼실한 인물 표현으로 묘사되었다. 오른쪽 그림은 지오토만의 괴량감 있는 바위 표현이 돋보이며, 빨간 옷의 마리아와 파란 하늘이 대비를 이룬 가운데 하늘에는 천사가 날고 있고, 관 위에도 두 명의 천사가 앉아 있다. 두 그림 모두 담백하고 품위 있게 느껴진다.
예수님을 만난 마리아에게는 새 생명을 얻은 기쁨이 충만했다. 예수님을 따르고 사모하는 마리아의 열심은 죄를 용서받고 난 후의 기쁨과 감사에서 나온 것이리라. 요한복음 20장을 보면, 예수님이 부활하시고 나서 첫 번째로 마리아 앞에 나타나셨다. 그리고 그녀를 통해 예수님의 부활 소식이 제자들에게, 이후로 온 세상에 전해지게 되었다. 값비싼 향유를 예수님께 아낌없이 부어 드릴 만큼, 연약한 여인의 몸으로 새벽에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갈 만큼, 주위의 따가운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수님의 부활을 거침없이 선포할 만큼 그분을 사모했던 마리아. 그 헌신과 열심 때문에 마리아는 예수님이 말씀하셨듯이(마 26:13) 그 이름이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왼쪽 그림: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바르는 막달레나
오른쪽 그림: 정원지기로 나타나신 예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