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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6월

예수님의 고독

과월호 보기 한정희(홍익대 미술대학 교수)

성화는 대개 성경 내용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왔는데 20세기 들어오면서 화가들이 이러한 전통적인 틀에 자신의 주관적인 해석을 가미하여 표현하기 시작한다. 에드바르트 뭉크1863~1944가 그 대표적인 화가로, <골고다>우측 그림에서 그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뭉크는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 출생했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밝은 색조로 표현하던 인상주의나 포비즘야수파과 달리, 인간 내면의 모습을 드러내는 표현주의에 속하는 화가였다. 그의 유명한 <절규>라는 그림을 보면 현대인의 고독과 우울 그리고 공포심 등이 잘 드러나 있다. 그의 그림에는 삶과 죽음, 사랑과 관능, 질투, 고독, 질병, 공포, 우수와 같은 주제가 많지만 한편으로 기독교 주제를 다룬 작품도 많다. 

뭉크의 선조들은 모두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는데 뭉크가 어렸을 때 사랑하던 어머니와 누이동생이 모두 결핵으로 사망하면서 뭉크에게는 늘 죽음에 대한 공포가 따라다녔다. 어머니 대신 양육을 맡았던 이모의 권유로 미술학교에 진학했는데 그것은 뭉크가 어릴 때부터 미술에 소질을 보였기 때문이다. 후에 사랑하던 여자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자 뭉크는 비관에 빠졌고, 이런 우울한 심리상태가 뭉크 그림의 바탕이 된 것은 충분히 이해되는 측면이다.

<골고다>를 보면 뭉크는 기존의 성화에서 주로 표현하던 예수님과 두 강도 대신 예수님 한 분만 중앙에 배치하고 화면 아래 부분에 많은 사람을 다양한 자세와 표정으로 묘사했다. 사람들 제각각의 태도와 표정에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에 대한 무관심과 고독을 읽을 수 있다. 종교생활의 겉모습은 있으나 십자가의 은혜는 경험하지 못한 신앙인들의 고독처럼….

또한 뭉크는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을 자기 자신으로 묘사했다. 뛰어난 재능이 있는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사회의 무관심을,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한 당시 유대인들의 무관심과 일치시킨 것이다. 화면 아래에 측면으로 보이는 고개 숙인 남자 역시 뭉크 자신이며, 그 뒤에서 어깨에 손을 얹고 있는 사람이 그를 예술이라는 힘든 길에 들어서게 만든 이모라고 해석된다. 화면 왼쪽 끝에는 뭉크의 미술 선생님이 있고, 중앙에 수염을 기른 사람은 그의 연적戀敵인 프지비셰프스키이다. 아래쪽에 위치한 인물들은 뭉크의 인생에 매우 비중이 큰 사람들이다.

뭉크는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고 교리도 잘 알았지만 신앙에 몰입하진 않았다. 현대는 무신론, 다원주의, 포스트 모더니즘적 사고에 의해 “신앙이 있으나 실제 삶에서는 마치 하나님이 없는 듯 행동하는 실제적 무신론자들이 많은 세상이다”크리스채너티 투데이라는 지적처럼 뭉크의 이 그림은 이미 한 세기 전에 현대인의 실상을 잘 드러낸 작품으로 보인다.
뭉크가 느꼈던 고독과 주위 사람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소외감이 표현된 이 작품을 보며 우리 인간을 위해 오셨지만 우리로부터 외면당하신, 아버지 하나님으로부터도 외면당하실 수밖에 없었던 골고다의 예수님, 그분의 외로움이 절절히 느껴진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