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박주성 대표총무(국제제자훈련원)
항우(項羽)는 전군을 이끌고 황하(黃河)를 건넌 뒤 타고 온 배를 전부 가라앉히고 가마솥과 시루를 부수고 진영을 불태운 뒤, 사흘분 군량미만 지급함으로써 죽을힘을 다해 결사적으로 싸울 것을 지시했다. 이런 파부침선(破釜沈船)의 사례는 중국 고사에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베드로는 “우리가 모든 것을 버리고 주를 따랐나이다”(막 10:28)라고 고백했다. 이런 고백과 헌신은 그 후에도 이어진다. 아일랜드 태생의 콜롬바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 563년에 고국을 떠나 스코틀랜드로 갔다. 하지만 스코틀랜드에서 엄청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을 예상한 콜롬바는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까 봐 자신이 타고 온 배를 해변에 묻어 버렸다.
민수기의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나섰으나 애굽을 그리워했다. 이른바 ‘양다리’를 걸친 것이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님을 따르는 온전한 제자도, 영적 제자도이다. 이번 달에 소개하는 오스왈드 샌더스의 《영적 제자도》(국제제자훈련원 역간)는 예수님을 따라나선 제자들이 삶에서 영적인 제자도를 열매 맺어 가도록 도와준다.
제자는 하루 24시간을 바쳐 일해야 하는 평생직이다(p. 50). 쉽고 빠르게 제자가 되는 길은 이 세상에 없다. 한순간의 결심으로 제자의 길에 들어선 사람도 있겠으나, 그 길은 평생을 묵묵히 걸어가야 하는 길이다. 신약성경 어디를 보아도 단기 제자는 등장하지 않는다. 제자로서 하는 사역은 단기간에 끝나는 경우가 있겠지만 제자라는 신분은 평생 가는 것이다(p. 39).
J. 에드거 후버(J. Edgar Hoover)가 미국 연방 수사국(FBI) 국장으로 재임할 때, 공산주의자 청년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공산주의자들은 지능 지수가 얼마나 높은지 보여 주기 위해 학습을 하는 게 아닙니다. 배운 것을 그대로 실천하기 위해 학습하는 겁니다.” 생명력 없는 이데올로기에 목숨을 건 공산주의자들이 이런 태도를 취한다면, 생명의 주인되신 주님을 뒤따르는 제자에게는 어떤 자세가 요구되겠는가?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고 변덕이 죽 끓듯 하는 현대 사회에서, 최소한의 노력과 희생만으로 최대한의 기도 응답과 빠른 결과를 보기 원하는 제자가 아니라 예수님을 향한 ‘맞수가 없는 사랑’, ‘일편단심의 사랑’(눅 14:25~33)으로 뒤돌아서지 않을 파부침선(破釜沈船)의 자세로 나아가는 제자도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