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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9월

사역자와 짐을 함께 지자 《내가 사랑한 성경》 (박희천)

과월호 보기 박주성 대표총무(국제제자훈련원)

이번 달에 묵상하는 고린도후서는 신약성경 중에서 가장 바울의 자서전적인 서신이다. 로마서에 바울의 지성이 새겨져 있다면, 고린도후서에는 바울의 감성이 배어 있다. 대부분의 신약 서신서가 여러 교회의 성도들이 회람하도록 집필된 것에 반해 고린도후서는 회람 서신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인 일기와 같다.
 고린도후서에는 바울의 성품, 동기, 우선순위, 소망, 감정들이 어느 곳에서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사도행전에 기록되지 않은 핍박과 고난도 이야기하고 있다(11:23~27). 다메섹에서 탈출한 경험을 상세히 설명하기도 한고(11:32~33), 자신의 육체의 가시를 언급하기도 한다(12:7~10). 그래서 고린도후서를 읽으면 사도 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바울을 만나게 된다.
 이번 호에 소개하는 《내가 사랑한 성경》은 90세를 맞이하는 저자가 말씀에 사로잡혀 살았던 자신의 일평생을 솔직하게 정리한 자서전이다. 저자 박희천 목사는 내수동교회 원로목사이며, 유학 시절인 1968년부터 시작한 하루 4시간 성경 연구를 90세를 넘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말씀의 종이다. 평소 20분 안에 마무리되는 저자의 담백한 설교를 통해 무장된 수많은 목회자들이 배출됐다.
 이 책에는 6.25 전쟁 피난길에 성경을 가지러 다시 집으로 향했던 짧은 시간, 12초로 인해 순경의 눈을 피하게 돼 목숨을 건졌던 이야기, 아홉 번의 기적이 연달아 그를 밀어내면서 북한을 탈출한 뒤, 삶의 기반이 전혀 없던 남한에서 말씀 사역자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이야기 등 저자의 일생이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소개돼 있다. 책의 말미에는 “내가 만난 박희천 목사님”이라는 코너가 마련돼 있는데, 내수동교회 출신의 기라성 같은 한국 교회 목회자들이 회상하는 저자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수많은 간증과 일화가 맛깔나게 버무려져 있는 이 책은 목회자만이 아니라 성경의 사람이 되기 원하는 모든 성도에게 큰 유익이 될 것이다.
 고린도후서를 묵상하면서, 그리고 이번 달 추천 도서를 읽으면서 사역자가 지게 되는 사역의 짐과 관계의 짐을 깨닫게 된다면, “가르침을 받는 자는 말씀을 가르치는 자와 모든 좋은 것을 함께하라”(갈 6:6)는 바울의 권면도 실천해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