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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2월

참된 제자의 길, 온전한 복종 《슬레이브(Slave)》(존 F. 맥아더)

과월호 보기 박주성 대표총무(국제제자훈련원)

이번 달에 묵상하는 마가복음은 예수님의 말씀보다 행하신 일에 초점을 둔다. 마가복음에는 ‘즉시’, ‘곧’으로 번역되는 헬라어 유투스가 42회 사용된다. 신약의 나머지 모든 책에 나온 횟수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이 사용된 것이다. 이처럼 마가가 ‘즉시’라는 말을 자주 썼고, 행동이 진행 중인 것을 나타내는 시제인 역사적 현재 시제를 151회 사용한 것 때문에 마가복음을 “행위 복음서”라고 부르기도 한다(《날마다 주님과 함께》, 348쪽).
마가복음에는 긴 설교가 2개밖에 없다(4:1~34, 13:3~37). 마가복음의 주제가 종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섬김과 희생이기 때문이다. 마가는 예수님을 하나님의 뜻에 따라 즉각적으로 움직이며 반응하는 종으로 묘사한다. 예수님께서는 종으로 오셔서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채우시되 죽기까지 하셨다.
그러나 오늘날 신앙 공동체에서 예수님처럼 즉각적으로 움직이며 순종하는 그리스도의 종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번 달에 소개하는 《슬레이브(Slave)》(국제제자훈련원 역간)는 최고의 성경 해석가로 알려져 있는 존 맥아더가 신약성경의 영어 번역본에서 노예(Slave)라는 단어를 오역하는 바람에 신앙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제자도의 표준이 흐려졌다는 주장을 치밀하고도 정교하게 풀어낸 책이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이라는 단어는 신약성경에서 딱 3번밖에 사용되지 않는다(행 11:26, 26:28, 벧전 4:14). 반면, ‘노예’라는 의미의 헬라어 단어 둘로스는 헬라어 원문에 124회 사용된다. “종은 고용된 존재이지만 노예는 소유된 존재이다. 종들은 누구를 위해 일할 것인지, 무슨 일을 할 것인지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 반면, 노예에게는 어떤 자유나 자치권이나 권리도 없다.”(23~24 쪽)
둘로스가 ‘노예’로 번역되지 않고 ‘종’으로 번역되는 순간, 번역상 중요한 개념이 사라진다. 복음은 단순히 그리스도의 동료가 되라는 초대가 아니라, 그분의 노예가 되라는 명령이기 때문이다. “참된 기독교 신앙은 예수님을 내 삶에 더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그분의 뜻에 온전히 복종하고, 다른 무엇보다 그분을 기쁘시게 하는 삶을 추구하며 그분께 온전히 헌신하는 것이다.”(28쪽) 마가복음을 묵상하면서 종으로 오신 예수님의 섬김과 희생이 그리스도의 노예로 살아가야 할 우리의 정체성을 더 선명하게 부각시켜 주기를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