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후 둘째 주 금요일 저녁 늦게 집에 돌아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자고 주 5일 내내 공강 하나 없는 시간표를 짜버렸을까. 욕심이 과했다. 이번 학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했다. 게다가 토요일과 주일에는 대학부 일정이 꽉 차 있으니 쉴 틈이 없었다. 결국 마음이 급해 씻는 둥 마는 둥 침대에 드러누우려는 순간, 갑자기 하나의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 맞다, 토요일 큐티 나눔 담당이 나였지!’
대학부 한 형제가 페이스북으로 큐티를 나누며 은혜를 받자면서 페이지를 만들어 각자 요일을 맡아 글을 올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몸이 피곤하니 말씀을 볼 마음이 일어나지 않아 답답했지만, 약속은 약속이었기에 토요일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다.
본문은 다니엘 9장 8~15절, 다니엘이 민족의 죄를 대신 회개하는 절절한 회개 기도의 장이었다. 순간 마음에 찔림이 있었다. ‘아, 나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큐티와 나눔을 때우다시피 하려는데, 다니엘은 민족을 살려달라고 하나님 앞에 이렇게 간절하게 기도했구나.’
그 가운데 한 말씀이 내 가슴에 와서 박혔다. “…여호와께서 이 재앙을 간직하여 두셨다가 우리에게 내리게 하셨사오니…”(단 9:14). ‘왜 하나님은 우리 죄를 간직해 두셨을까?’ ‘왜 즉시 화를 내지 않으실까?’ 하고 성경을 찾아보다가 놀라운 말씀들을 발견했다.
“아합이 내 앞에서 겸비함을 네가 보느냐 그가 내 앞에서 겸비하므로 내가 재앙을 저의 시대에는 내리지 아니하고…”(왕상 21:29). 또한 “르호보암이 스스로 겸비하였고 유다에 선한 일도 있으므로 여호와께서 노를 돌이키사…”(대하 12:12)와 같은 말씀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아합이나 르호보암처럼 악한 왕들조차 겸비하기만 하면 그 심판을 뒤로 미루신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다. 그뿐이 아니었다. “…나는 악인이 죽는 것을 기뻐하지 아니하고 악인이 그의 길에서 돌이켜 떠나 사는 것을 기뻐하노라…”(겔 33:11)라는 말씀도 있었다. 아무도 겸비하지 않아 온 민족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심판을 받은 어두운 시대, 그 한복판에서 다니엘은 하나님의 절절한 슬픔에 압도당해 민족을 위해 기도한 것이다.
결국 억지로 시작한 큐티는 하나님의 사랑 앞에 통곡하며 마무리됐다. 은혜를 받자 새 힘이 솟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경험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내가 피곤한 것에 집중하지 말고,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미리 ‘예비’해 두신 이 은혜를 받아 누리며 살고 싶다. 그러면 독수리 날개 쳐 올라가는 것 같은 새 힘을 날마다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