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정호영 성도
‘하루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문제에 있어서, 하루의 시작으로부터 다음 발자국을 어디에 찍을지 생각해 보는 것은 실로 중요하다. 삶의 관성은 의외로 튼튼하다. 시작점에서 다음 점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하루가 결정된다. 더 넓게 본다면 이후 일정 기간의 인생 그림이 결정된다. 그 관성의 튼튼함이 때로는 하나님 앞에 바로 서지 못하는 거친 돌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하나님 앞에 굳건히 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하나님 앞에 바로 서 있기란 여간 여려운 일이 아니다. 바울은 디모데후서 3장에서 디모데에게 “배우고 확신한 일에 거하라”고 하고, 그 확신한 것의 근본으로 ‘성경’을 지목한다. 항상 배우고 확신한 일에 거하기 위해 우리는 날마다 말씀을 묵상해야 한다.
어느 수요일 아침, 출애굽기 20장 22~26절 말씀에는 제단에 관한 법이 기록돼 있었다. 평소라면 ‘율법’이라 생각해서 그냥 빠르게 읽고 지나가버렸을 말씀인데, 큐티 본문으로 접하니 묵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희는 나를 비겨서 은으로나 금으로나 너희를 위하여 신상을 만들지 말라”, “제단을 쌓거든 다듬은 돌로 쌓지 말라”는 말씀들을 묵상하다 보니, 스스로 계획을 장대하게 세워놓고 만족하며 잠들었던 지난밤이 떠올랐다. 말씀 가운데 거하지 않으며 작성한 계획은 마치 내 기교를 마음껏 발휘해 만든 신상 같았다. 공부와 스터디 모임, 약속들로 빡빡하게 짜인 시간 속에서 나는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 거기서 즐거움도 얻고, 내 할 일도 놓치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거기에 하나님을 예배하는 모습은 없었다. 어떻게든 하루를 최대한 길게 쓸 생각만 했지, 정작 내 발걸음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돌아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틀 뒤인 금요일 오후는 비우고, 그 시간에 성경을 읽고 기도하며 다음 날 리더 모임을 준비했다. 만약 그때 하지 않았다면 저녁 늦게 집에 들어가 자정을 넘기면서 급하게 했을 것들을 시간을 내서 하나님께 드리니 기쁨과 감사로 충만할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그날의 충만함과 은혜 덕분에 주일도 거룩하게 지킬 수 있었다. 또한 그로부터 몇 주 뒤에 예정된 고된 계획들도 덕분에 평안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작은 순간을 하나님께서 크게 사용하셔서 한 발자국 이후 굳건함을 허락해 주셨다. 그날, 그리고 그 이틀 전의 묵상의 순간 하나님 앞에서 온전하게 한 발자국을 내디딜 수 있게 하신 하나님을 찬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