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이택준 성도
작년에 화제가 됐던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즐겨 봤다. 바둑계에서 낙오한 주인공이 대기업에 계약직 사원으로 입사해 그리는 회사생활에 대한 리얼한 묘사 때문에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하는 것 같았고 나 역시 그랬다.
나는 입사한 지 3년 반이 넘은 직장인이다. 최근 3년 동안 일하던 부서에서 다른 부서로 이동하게 됐고, 그 사이 결혼도 했다. 많은 변화 가운데 좋은 일도 있었지만, 업무적으로 한계를 느껴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다. 주위 사람들과 비교하면 나는 여전히 ‘미생’이었다.
학창시절, 삶의 의미를 찾아 방황하던 가운데 예수님을 영접했다. 내 삶을 모두 주님께 드리겠다는 고백으로 살아 온 지 어느덧 6년이 지났다. 직장인 선교사로서 복음 전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고 살지만, 사명이라고 말하기엔 부끄럽기만 하다.
큐티를 하는 중에 ‘세상의 미련한 자’(고전 1:26~29)라는 말씀이 나를 가리키는 것 같았다. 풍족하며 산업이 발달한 부유한 항구도시 고린도, 그리고 그곳에 있는 교회. 화려한 도심 속에 교회가 있었지만 그곳의 신도들은 한없이 미련해 보이며 멸시와 천대를 받는 세상에서의 실패자였다. 하지만 말씀은 “그들을 불러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더불어 교제하게 하시는 하나님은 미쁘시도다”(고전 1:9)라고 말하고 있다.
고린도교회에 있었던 많은 문제만큼이나 나 역시 문제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죄 많고 죽어 마땅한 자를 살리기 위해 천지를 만드신 창조주가 대신 죽었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도 내 인생은 충분해졌다. 하나님을 더욱 알아야만 했고, 예수님을 매일 만나야만 했다.
어떻게 주님을 매일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할 때, 누군가 추천해 준 큐티학교를 통해 매일매일 주님과 동행하는 비밀을 배우게 됐다. 주님과 함께하는 조용한 시간, 말씀이 나를 찌르고 뼈와 골수까지 찍어 내면 깊숙한 죄와 악을 바라보게 하실 때, 그때 비로소 예수님의 십자가가 왜 내게 필요한지, 예수님이 왜 피를 쏟고 죽으셔야만 했는지 알게 됐다. 내게 있어서 큐티는 복음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매일매일 하나님의 은혜를 구해야 하는 연약한 자였기에 하나님과 갖는 이 ‘조용한 시간’(Quiet Time)은 양보할 수 없다.
나는 여전히 약하고 어리석으며 부족하다. ‘미생’같은 인생 속에서 두려운 현실이 나를 삼키려 한다. 하지만 현실 너머 만물을 주관하시는 하나님께서 잠잠히 그분께 꿇어 엎드려 순종하는 자녀에게 산 소망과 새 힘을 주실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