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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7월

삶의 든든한 지지대가 돼 주시다

과월호 보기 이슬기 성도

 “잘 모르겠어요.” 몇 년 안 되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한 말을 꼽으면 바로 이 말일 것이다. 뭐든 분명한 걸 좋아하는 내게 예수님은 “정말 잘 모르겠다”라고 말하게 되는 분이셨다.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예수님의 사랑이었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라”고 하셨는데, 나는 매일 영적 갈증으로 괴로웠다.
게다가 주일예배나 수요예배, 금요철야예배는 드렸으나, 교회 밖에서는 늘 술과 함께하는 이중생활을 계속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술 마시는 날은 늘어 가고, 교회에 가서 예배드리는 날은 줄어들었다. 그러던 겨울의 어느 날, 복통으로 며칠을 앓다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궤양성 대장염이라는 난치병으로 밝혀졌다. 갑작스러운 아픔을 주신 하나님께 원망이 들었던 순간, 오히려 술 때문에 멀어지는 나를 붙잡아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느껴지고 회개의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날 밤 병원 이불 속에서 얼마나 엉엉 울었는지 모른다.
하나님과 다시 가까워지기 위해 큐티를 시작했다. 이전보다는 하나님을 알게 됐다고 생각했으나, 내 삶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직장과 재정 문제, 바뀌지 않는 환경으로 인해 나의 자존감은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나님께 서운한 마음만 들었다. 그동안의 나를 이끌어 주신 은혜는 기억나지 않고, 다시 ‘잘 모르겠어요 병’이 도졌다. 부르짖으면 응답하시고, 구하면 주신다고 했는데, 불러도 응답이 없고 구해도 주시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점차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며 영적으로 무너졌다.
그런 나를 하나님께서는 그대로 두시지 않으셨다. 큐티를 통해 말씀해 주신 하나님의 음성은 세상에서 방황하던 시간들 속에도 다시 떠올랐다. 얕은 마음으로 어렵게 이어 갔지만 꾸준하게 큐티를 하면서, 묵상한 말씀들이 나를 붙잡아 주는 힘이 됐다.
말씀을 묵상하면서 평소 피해 가려던 믿음의 도전도 하고 싶어졌다. 말씀 앞에 내 감정을 내려놓고 순종할 수 있는 용기를 주셨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흔들리지 않는 확신이 생겼다. 하나님께서 말씀을 통해 내게 매일의 사랑과 힘, 용기를 주신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내 삶과 병은 여전히 아프다. 그러나 바뀌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께서는 큐티를 통해 믿음의 중심을 잡게 하신다. 내 삶의 든든한 지지대가 돼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이 오늘도 나를 어떻게 인도하실지 기대하며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