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신천 성도
가족의 권유로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하나님께서 너에게 특별한 계획을 갖고 계시다”라는 말씀을 듣고, 그저 그 계획을 알고 싶어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교회를 다니며 그 계획이 무엇일지 조금씩 기대하게 될 즈음, 대학 입시 실패는 내게 닥친 큰 시험이었다. 신앙생활을 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리고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지 않아서 이러한 결과가 주어진 거라 생각해 시작한 것이 큐티다.
다시 입시를 준비하며 날마다 큐티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또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 두려워 매일 떨면서 큐티를 했다. 그러나 1년간 최선을 다하며 준비한 결과는 또 실패였고, 다시 찾아온 실패는 내게 큰 혼란을 가져왔다.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고민하게 됐고, 내게 주어진 실패를 통해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돌아보니 내게 큐티는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알아내고, 하나님께 내 열심을 보여드리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그리고 사실 그것이 신앙생활이라 생각했다.
좌절감만을 맛보게 한 일련의 실패들은 나로 하여금 모래와 같은 내 신앙의 기반을 직면하는 계기가 됐다. 비가 내리고 창수가 나고 바람이 불어 무너질 ‘경건을 향한 믿음’이 ‘예수님을 향한 믿음’이라는 반석으로 신앙의 주추를 옮기게 된 것이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특별한 계획은 장래의 잘됨보다 먼저 순수하게 하나님만을 믿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큐티를 대하는 태도도 변하게 됐다. 이전에는 하루의 과제처럼 답을 찾아 큐티를 빨리 끝내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큐티 말씀 본문에서 나타나는 하나님을 발견하고 깨달아 내 삶에서도 동일한 역사를 기대하며 그 시간을 풍성히 누리고 있다.
대학생이 되고 제자훈련도 받고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게 되면서 큐티는 더 이상 무거운 짐과 같은 부담이 아니라, 바쁜 와중에서도 하나님을 묵상하는 좋은 통로가 됐다. 여유가 있어 말씀을 천천히 통독할 때의 유익도 있지만, 바쁜 중에 큐티를 통해 하나님을 발견하고 묵상하는 것은 분주함 속에서 자칫 잊을 수 있는 하나님과의 동행을 다시금 곱씹게 해 주는 좋은 도구다.
물론 큐티하는 것을 잊을 때도, 너무 가볍게 읽고 끝낼 때도 있다. 삶에서 동행하시는 하나님을 잊고 정신없이 지낼 때도 있다. 그러나 다시 하나님을 찾고, 잊지 않기 위해 내가 가장 먼저 가깝게 손에 쥐게 되는 것은 여전히 매일의 말씀, 큐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