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H 목욕하다
불이 꺼져 있는 집으로 돌아와 모든 문이 닫힌 것을 확인한 후에야 밧세바는 울음을 터트렸다. 한번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그칠 것 같지 않았다. 온몸이 떨렸다. 밧세바는 율법에 따라 월경이 끝난 지 일주일째 되는 날 목욕을 했다. 그러나 상쾌한 기분은 오래가지 못했다. 왕궁에서 사람이 왔다. 왕궁에서 부를 일이 무엇이 있을까, 가늠하지 못한 채 그 사람을 따라 나섰다. 왕궁은 멀지 않다. 남편의 군대 직위 덕분에 그녀는 왕궁 근처에 살고 있었다. 이리저리 길과 복도를 지나고 나니 어떤 방에 도착했다. 이내 안내한 사람도 사라져 쭈뼛거리고 있는데 어느새 왕이 눈앞에 있었다. 어둑한 공간에 다윗 왕과 자신만 있었다.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는 권력자 앞에서 밧세바는 맹수 앞의 토끼처럼 얼어붙었다. 정신없이 돌아온 밧세바는 이제야 넋이 나간 듯이 울고 있는 것이다. 율법에 따라 목욕을 한 날에 몸도 영혼도 더럽혀지고, ‘맹세의 딸’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하나님의 법도, 남편과의 맹세도 깨져 버렸다.

Sorrow 슬픔
그런데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당사자들만 입을 다물면 없던 일처럼 될 것 같았지만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어느 날 밧세바는 자신이 한참 동안 월경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인지 아랫배도 조금 불룩한 것처럼 보였다. 밧세바는 순간 머리끝부터 등줄기를 지나는 오싹함을 느꼈다. ‘임신…?’ 남편은 군대 장수다. 지난봄 암몬과의 전투에 나간 이후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아기가 태어나면 남편의 아기가 아니란 걸 모두가 알 것이다. 고민 끝에 밧세바는 조용히 다윗 왕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얼마 후 남편이 돌아왔다. 그러나 그는 시체의 모습이었다. 남편은 얼마 전에 잠깐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적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남편은 집으로 오지 않았다. 병사들은 모두 전쟁터에 있는데 혼자서만 집에서 잘 수 없다고 말했단다. 다시 전쟁터로 돌아갔는데 결국 죽어서 왔다. 밧세바는 남편을 생각하며 깊은 슬픔에 잠겼다.
장례가 끝난 후 밧세바는 왕궁으로 들어오게 됐다. 왕의 아내가 된 것이다. 다윗 왕은 알뜰살뜰 대해 줬다. 얼마 후 아기가 태어났다. 하지만 이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울고불고 하나님께 매달리고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았지만 허사였다. 결국 아기마저 떠나보내야 했다. 아기가 생명을 잃은 것도 슬프지만, 하나님께 저주받았다는 것에 밧세바의 슬픔은 더욱 컸다.

HEal 치유하다
밧세바는 오랜 시간을 눈물로 보냈다. 자신에게 일어난 아픈 일들과 또한 자신이 하나님 앞에서 저지른 죄악 때문이었다. 밧세바의 진정한 회개를 하나님께서 받으셨는지, 하나님께서는 밧세바에게 위로를 주셨다. 다윗 왕과 밧세바 사이에 다시 자녀를 갖게 하셨다. 장차 왕이 될 솔로몬을 포함해 4형제였다.

BAcker 후원자
밧세바의 큰아들 솔로몬은 왕이 될 서열이 아니었다. 다윗 왕에게는 여러 명의 아내와 그들에게서 낳은 자녀들이 있었다. 솔로몬은 한참 아래였다. 그럼에도 다윗 왕은 솔로몬을 다음 왕으로 지목했다. 그렇게 된 것에는 밧세바의 공이 컸다. 밧세바는 솔로몬이 어릴 적부터 왕이 되기에 손색이 없도록 교육을 시켰다. 그러나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밧세바가 이미 다윗 왕에게서 솔로몬을 왕으로 삼겠다는 약속을 받아 놓았다는 것이다. 밧세바의 결정적인 역할이 없었다면 솔로몬은 왕위에 오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다윗 왕의 노년에 다른 왕자가 왕권을 차지하려고 계획을 세웠다. 만약 그 계획이 성공한다면 밧세바의 집안이 제일 위태로워진다. 반란 계획을 알게 된 밧세바는 목숨을 걸고 다윗 왕 앞에 나갔고, 마침내 솔로몬은 언약대로 왕위를 이어받게 됐다.Q

밧세바(Bathsheba)
이름 뜻  맹세의 딸, 풍요의 딸
가족 관계  아히도벨의 손녀, 엘리암의 딸, 우리아의 아내, 이후 다윗 왕의 아내가 됨
자녀  솔로몬, 시므아, 소밥, 나단
특징 수려한 외모, 온화한 성품, 자녀를 위한 헌신
밧세바와 다윗 왕의 관계에 대한 오해
다윗 왕이 밧세바를 강제로 범한 것인지 밧세바가 다윗 왕을 유혹한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많지만, 성경에서는 다윗 왕이 욕망에 사로잡혀 권력을 이용해 충신의 아내를 강제로 범했다는 뉘앙스가 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