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인물탐구

2018년 03월

사가랴의 말할 수 없는 비밀

성경인물탐구 주영관 목사 (마당넓은교회)

(1) 당첨
사가랴는 제사장이다. 제사장은 성전에서 제사 때 분향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사가랴가! 분향을 하게 됐다! 이 당연한 이야기가 매우 놀라운 이유는 사가랴가 살던 시대에는 당연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헤롯 대왕 시대에 이스라엘은 모든 것이 망가져 있었다. 대제사장은 전통적으로 레위 지파 출신의 제사장 중에서 선출됐지만, 헤롯은 대제사장을 레위 지파가 아닌 사람으로 임명했다. 또 성전에서 봉사하는 많은 제사장들은 자기 배를 채우기에만 급급했다. 제사장과 레위 사람들이 너무 많아 성전 봉사 일은 제비를 뽑아서 맡게 됐는데, 그러다 보니 어떤 사람은 평생 단 한 번의 기회도 얻지 못했다. 바로 이런 상황에 사가랴가 제비뽑기에 당첨된 것이다. 타락한 제사장들과는 달랐던 사가랴를 하나님께서 의롭게 여기셨기 때문이다. 사가랴는 감사한 마음으로 성전 봉사에 임했다. 그런데 분향하는 제단 오른쪽에 천사가 나타났다. 사가랴는 놀라 자빠질 뻔했다.


(2) 강제 음소거
천사는 놀란 사가랴를 진정시키며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천사의 말에 사가랴는 더 진정할 수 없게 됐다. 천사는 사가랴가 곧 아들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사가랴 부부는 이미 늙은 노인이었다. 그의 아내는 원래 임신을 못했을뿐더러, 나이가 많아 폐경한 상태였다. 그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사는 아이에 대해 계속 얘기했다. 아들을 낳거든 이름은 ‘요한’이라고 짓고, 술을 절대 먹여서는 안 되고, 그는 뱃속에서부터 성령 충만할 것이고, 사람들을 하나님께 인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사의 말을 들은 사가랴는 “저도 늙고 제 아내도 나이가 많은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다. 하나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제사장의 믿음이 이 정도였다. 천사는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 사가랴가 말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결국 성전 봉사를 끝내고 나온 사가랴는, 그를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그저 손짓만 할 뿐이었다.


(3) 성령 충만한 태아
사가랴가 집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내 엘리사벳이 정말 임신을 했다. 젊었을 땐 그렇게 원해도 아이를 못 갖더니 다 늙어서 임신을 하게 된 것이다. 엘리사벳은 부끄러워 5개월 동안 숨어 지냈다. 그런데 이 상황이 누군가에게 큰 위로와 용기가 됐다. 바로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였다. 결혼하지 않았고, 남자를 가까이하지도 않았는데 아이를 갖게 된다는 것이 마리아에게는 당황스러울 수 있었다. 천사는 마리아에게 엘리사벳의 이야기를 전했고, 마리아는 그 길로 엘리사벳의 집으로 향했다. 마리아와 엘리사벳은 가까운 친척이었다.
10대의 어린 임산부와 할머니 임산부가 만났다.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엘리사벳의 뱃속 아기가 신나게 뛰기 시작한 것이다. 태아가 그리스도를 먼저 알아본 것이다. 엘리사벳은 성령 충만해서 마리아를 축복했다. 마리아는 석 달가량 머물다 돌아갔고, 사가랴는 여전히 묵음 상태였다.


(4) 잠금 해제
드디어 엘리사벳이 해산을 했다. 아기가 태어난 지 8일이 되자 전통대로 아기에게 할례를 해야 했다. 축하하기 위해 모인 친척과 이웃들은 아기의 이름을 ‘사가랴’로 짓자고 했다. 그러나 아이의 어머니는 ‘요한’으로 짓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사가랴의 집안에는 그와 비슷한 이름이 없었다. 사람들이 이번엔 사가랴에게 물었다. 아직 말을 하지 못하고 그 상황을 전혀 몰랐던 사가랴는 서판에 ‘요한’이라고 썼다. 사람들이 놀란 동안 사가랴의 잠겼던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렸다. 사가랴는 성령 충만해져 하나님의 능력을 찬양했다. 400년간 조그만 기적 하나 없이 잠잠하셨던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시작하시겠다는 전조를 보이신 것이다. 그 통로는 바로 사가랴였다.Q


*** 사가랴(Zechariah)
출신 이스라엘 레위 지파 아비야 반열
직업 제사장
가족 엘리사벳(부인), 세례 요한(아들)
친척 마리아, 예수님
만난 천사 가브리엘
특징 하나님 앞에서 의롭게 살았음, 노년에 아들을 낳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