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인물탐구 박원범 목사(사랑의교회)
관계가 불편하거나 실망스러우면, 우리는 더 이상 그 사람과 연결되지 않겠다는 의미로 “손절했다”라고 말한다. 성경에도 손절당한 인물이 등장한다. 그것도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외면당한 사람이다. 바로 요셉이다.
요셉은 단순한 오해나 다툼이 아니라, 인생 전체가 단절된 수준으로 손절을 당했다. 형들은 그를 미워했고 팔아넘겼으며, 요셉의 존재 자체를 지워 버리려 했다. 그러나 이 손절에는 놀라운 반전이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요셉의 삶은 어땠는지 함께 살펴보자.
철저히 손절당한 요셉
요셉은 아버지 야곱에게 특별한 사랑을 받는 아들이었다. 채색옷을 입고 형들과 다른 대우를 받았으며 꿈을 자랑하던 요셉은 형들의 미움을 사게 된다. 결국 요셉은 형들에 의해 애굽 상인에게 팔려 간다. 이는 단순한 형제간의 다툼이 아니다. 고대 히브리 사회에서 ‘형제’는 단순한 가족이 아니라, 가문의 보호자이자 계승자였다. 그런데 형들은 요셉을 죽이려 모의하고, 결국 은 이십에 팔아넘긴다.
요셉은 갑자기 가족에게 버림받고, 사랑받는 아들이라는 정체성도 잃게 됐다. 이 단절 속에서 요셉은 자신의 삶이 쓸모없고 버림받은 것처럼 느꼈을지도 모른다. 요셉뿐만 아니라, 우리도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외면당하거나 배신당할 수 있다. 가족과 친구, 공동체 안에서 깊은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때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사람은 요셉을 외면했지만, 하나님께서는 결코 그를 포기하지 않으셨다는 사실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어디에 있든, 어떤 상황에 있든, 결코 우리를 놓지 않으신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빚어지는 요셉
애굽에 팔려 간 요셉은 보디발의 집에서 성실하게 일한다. 그러나 보디발의 아내가 그를 모함해, 요셉은 감옥에 갇힌다. 또 한 번 인생이 무너진 듯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성경은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하시고”를 반복해서 말한다. 감옥은 요셉에게 실패의 자리가 아니었다. 그곳은 하나님께서 그를 빚으시고 준비시키시는 훈련의 자리였다. 사람의 눈에는 갇혀 있는 것처럼 보여도, 하나님의 손은 그의 마음을 다듬고 계셨다.
실패한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에도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일하시며 지금도 우리를 준비시키고 계신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금같이 빚어지는 은혜가 가득하길 소망한다.
진정한 회복을 경험한 요셉
애굽의 총리가 된 요셉은, 기근을 피해 애굽으로 온 형제들과 다시 만나게 된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오래전부터 이끌어 오신 만남이었다. 요셉은 형제들을 단번에 용서하지 않았다. 그들의 진심을 확인하려고 여러 번 시험한다. 이는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회복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간이었다.
요셉은 그 과정에서 여러 번 울었다. 그것은 억울함의 눈물이 아니라, 자신을 이끌어 오신 하나님의 손길을 깨달은 눈물이었다. 결국 그는 형들에게 이렇게 고백한다. “하나님이 큰 구원으로 당신들의 생명을 보존하고 당신들의 후손을 세상에 두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니”(창 45:7).
이 말은 단순히 형들을 용서했다는 뜻이 아니다. 요셉 자신이 하나님의 뜻 안에서 과거를 새롭게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다시 받아들였다는 고백이다. 하나님께서 하신 일을 알게 되자, 마음이 열리고 관계도 다시 이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도 요셉처럼 상처와 갈등, 깨어진 관계 속에서 회복을 경험할 수 있다. 회복은 억지로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하신 일을 이해하게 될 때, 자연스럽게 회복의 자리로 옮겨진다. 하나님 안에서 과거와 관계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면, 그때 우리 안에 진정한 회복이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