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인물탐구 박원범 목사(사랑의교회)
요즘 우리는 알고리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콘텐츠 중 내가 좋아하는 내용의 콘텐츠만 접하다 보면, 사고가 편협해지고 익숙한 관점 안에 갇히기 쉽다.
르호보암 역시 그랬다. 왕이 된 그는 백성의 요구와 원로들의 조언보다 자기 마음에 맞고 강해 보이는 말을 선택했다. 그 결과 나라는 둘로 갈라졌다. 르호보암의 이야기는 단순한 정치적 실패가 아니라, 누구의 말을 들을 것인지, 그리고 하나님보다 자신의 확신을 앞세울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 준다. 오늘은 르호보암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강한 척했던 르호보암
솔로몬의 아들 르호보암이 왕이 되자, 백성은 솔로몬 시대의 무거운 노역과 멍에를 가볍게 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그는 백성을 섬기라는 노인들의 조언을 버리고, 함께 자라난 소년들의 조언을 따라 “나는 너희의 멍에를 더욱 무겁게 할지라”(왕상 12:14)고 선언한다.
르호보암의 말에는 백성의 아픔보다 자신의 권위를 먼저 지키려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는 권위를 세우려 했지만, 그 선택은 오히려 왕국을 흔들었다. 그는 강해 보이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약한 왕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힘은 사람을 누르는 힘이 아니라, 다른 이의 소리를 듣고 섬기는 겸손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배운다. 믿음의 사람은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들을 줄 아는 사람이다.
마음이 나뉜 르호보암
르호보암의 어리석은 선택 이후, 결국 이스라엘은 둘로 나뉜다. 북쪽 열 지파는 여로보암을 왕으로 세우고, 르호보암에게는 유다와 베냐민을 중심으로 한 남유다 왕국만 남았다. 통일 왕국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이미 솔로몬의 불순종 때문에 나라가 나뉠 것이라 말씀하셨다.
르호보암의 선택은 하나님의 말씀을 무시한 삶 위에 이어진 또 다른 불순종이었다. 동시에 이 일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이뤄진 심판의 섭리이기도 했다. 인간의 교만과 하나님의 주권이 역사 속에서 함께 드러난 것이다.
이후 남유다는 점점 하나님께로부터 멀어진다. 열왕기상 14장은 유다가 산당과 우상, 아세라 목상을 세우며 하나님 앞에 악을 행했다고 기록한다(왕상 14:22~24). 이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마음의 중심이 하나님께로부터 멀어졌다는 것이다. 가장 무서운 무너짐은 눈에 보이는 실패 이전에 마음이 하나님을 떠나는 것이다.
르호보암은 왕의 자리는 지켰지만, 하나님을 향한 중심은 흔들리고 있었다. 신앙도 마찬가지다. 교회에 나온다고 해서 모두가 하나님 중심의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예배를 드리면서도 마음은 다른 것을 더 사랑할 수 있다. 하나님보다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 인기, 성공, 즐거움을 더 붙들 수 있다.
마음이 둘로 나뉘기 시작하면 결국 삶도 흔들린다. 오직 하나님께만 마음을 향하는 전심의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
끝까지 돌이키지 않은 르호보암
르호보암 시대에 애굽 왕 시삭이 예루살렘을 공격했다. 그는 성전의 보물과 왕궁의 보물, 솔로몬이 만들었던 금 방패까지 모두 빼앗아 갔다(왕상 14:25~26). 한때 찬란했던 솔로몬 왕국의 영광이 르호보암 시대에 무너진 것이다.
그러나 르호보암은 빼앗긴 금 방패를 대신해 놋 방패를 만들었다(왕상 14:27~28). 왕의 행렬은 계속됐지만, 그 모습은 더 이상 솔로몬 시대의 영광을 담고 있지 않았다. 겉모양은 남아 있었지만, 하나님을 향한 중심은 점점 무너진 것이다.
신앙은 겉모양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자리에서 하나님께 돌아가는 것이다. 내 생각과 고집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믿음의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