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인물탐구 주영관 목사 (마당넓은교회)
The Leper 나병 환자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베다니 동네로 가셨다. 많은 사역과 수많은 사람들, 긴 노정에 많이 피곤하셨을 테고 저녁 식사 시간이 다 됐을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나사로의 집으로 가지 않고 ‘시몬’이라는 사람의 집으로 향하셨다. 시몬은 나병(한센병으로 부르기도 함) 환자였다. 나병은 피부가 썩거나 말초 신경계가 손상돼서 손가락과 발가락 끝이 뭉개지고 살점이 떨어지기도 하는 무서운 질병인 데다 전염성도 있었다. 그런데 옛날엔 의학이 발달하지 않아서 피부병도 나병으로 여겨지곤 했다. 병에 걸렸을 때는 바로 마을에서 격리돼야 했고, 나았을 경우에도 제사장에게 확인을 받은 후에야 집으로 갈 수 있었다. 시몬은 아마 병에 걸렸다가 나은 후였을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나병 환자였던 사람의 집임에도 꺼리지 않고 그곳으로 가셨다.
An Alabaster jar 옥합
예수님께서 오셨다니 많은 사람이 모였다. 나사로와 가족도 오고 제자들까지 있으니, 오랜만에 시몬의 집이 북적거렸을 것이다. 저녁 식사를 하는데 갑자기 한 여인이 귀한 옥합을 하나 들고 들어왔다. 이 옥합은 설화 석고로 만들어졌다. 설화(雪花) 석고는 희고 부드러운 가루인데, 조각품을 만들 때 사용하기도 하고 고급 화장품이나 향수를 담는 병을 만들기도 한다. 여인이 옥합을 깨트리자 이내 온 집 안은 향기로 가득 찼다. 그 옥합 안에는 나드 향유가 가득 담겨 있었다. 나드(nard)는 인도, 네팔, 티벳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인데 한 아름을 짜내어도 향유 한두 방울 정도밖에 얻지 못하는 무척 귀한 것이었다. 여인이 깨트린 옥합의 향유는 값이 300데나리온이었다. 당시 1데나리온은 성인 한 명이 하루 노동을 했을 때 받는 금액이니, 이 향유는 1년간 일한 돈을 모두 모아야 살 수 있는 엄청난 가격인 것이다. 한두 방울도 귀했을 텐데, 여인은 전혀 아까워하지 않고 예수님의 머리에(요한복음에서는 발에) 이를 정성스레 부어 드렸다.
Sly thief 교활한 도둑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얼떨떨하고 향기에 취해 있던 제자들 중 몇 명이 뒤에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저게 한 병에 얼마짜리인지 아느냐, 밥 먹는데 뭐하는 짓이냐는 등 웅성거리더니 누군가가 조금 더 큰 소리로 말했다. “그 비싼 걸 팔아서 차라리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지!” 가룟 유다는 여인이 비싼 것을 허비한다고 꾸짖었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엔 땅을 떼서 소작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나마 그런 땅조차 없는 사람도 있었다. 가난해서 끼니 걱정을 하는 사람도 많았다. 예수님께서도 그런 그들을 불쌍히 여기셨다. 당시 이스라엘이 그런 상황이었으니 가룟 유다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가룟 유다의 마음을 뻔히 알고 계셨다. 그는 열두 제자 중에 돈 자루를 관리하는 사람으로, 회계나 총무 역할쯤으로 볼 수 있겠다. 가룟 유다는 돈을 관리하면서 이미 여러 번 돈을 빼 갔었다. 이때에도 그런 음흉한 의도에서 말을 한 것이다. 제자와 여인이 대조되는 상황이다. 이 사건 직후 가룟 유다는 예수님을 팔고 만다.
Tribute 헌사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제지시키고 여인의 행동을 크게 칭찬하셨다. “온 세상 어디서든지, 복음이 전파되는 곳마다 이 여인이 한 일도 함께 전해질 것이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것은 가룟 유다의 교활함에 화가 나셨기 때문이 아니다. 식충이처럼 먹지만 말고 뭔가 배우라고 제자들을 꾸짖으신 것도 아니다. 예수님께서는 일주일 안에 돌아가실 상황이었다. 사람들에게 붙잡혀 재판받고 죽임당하기까지 상황은 급속도로 진행된다. 30대 중반 청년의 죽음을 누군가 예측하고 장례를 준비했을 리가 없다. 오직 예수님만 자신이 향유조차 바르지 못한 채 급히 안치될 상황임을 알고 계셨다. 그런데 그 여인은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의 장례를 홀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종교지도자들이나 제자들과 대조되는 한 여인의 행동을 예수님께서는 귀히 여기셨고, 예수님의 말씀처럼 그 여인의 향기는 우리에게까지 오래도록 전해지고 있다.Q
베다니의 여인
이름 나사로의 누이 ‘마리아’(Mary)로 추측됨(성경에는 6명의 마리아가 나옴)
특징 귀한 것을 알아봄, 예수님의 장례를 준비한 유일한 사람, 예수님께 드리기를 아까워하지 않음
거주지 베다니, 예루살렘에서 2㎞가량 떨어진 곳으로 예수님께서 살리신 나사로와 그의 누이 마르다, 마리아가 살았던 동네,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곳
예수님께 드린 것 향유 옥합, 반투명한 대리석으로 된 것도 있는데, 성경에 나오는 것은 설화 석고였을 것으로 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