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15년 09월

언약의 땅에서 벌어진 비극

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 (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세겜, 어깨 모양의 땅
아비멜렉의 고향 세겜은 이름 뜻대로 ‘어깨’ 같은 지역이다. 남쪽에는 그리심 산이, 북쪽에는 에발 산이 양쪽 어깨처럼 버티고 있다.
위 사진 속 장소는 여호수아가 돌을 세우고 율법을 새겨 놓은 지역으로 추정되는데, 그 흔적으로 넓고 높은 돌이 세워져 있다. 돌 서쪽에는 망대형 신전의 기초가 아직도 선명하다. 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넓게 펼쳐진 들판으로 향하는 문이 있고, 그 앞에 요셉의 무덤이 위치하고 있다. 400m 거리에는 예수님께서 수가 성 여인을 만났던 야곱의 우물이 있다. 바로 그 근처가 아브라함이 첫 제단을 쌓은 모레 상수리나무이고, 야곱이 ‘엘 엘로헤 이스라엘(하나님, 이스라엘의 하나님)’이라고 외쳤던 곳이다.

 

무시무시한 어깨들이 저지른 일
기드온의 아들 아비멜렉은 아버지가 죽자 외가인 세겜으로 왔다. 그는 이곳의 힘을 이용해 왕이 되려 했다. 세겜 사람들은 아비멜렉이 왕이 되도록 바알브릿(언약의 바알) 신전에서 돈을 내 줬다. 이곳은 여호와 신앙과 바알 신앙이 혼합된 신전이었다. 불량배를 고용한 아비멜렉은 자신의 형제 70명을 죽이고, 여호수아가 세운 돌이 있는 상수리나무 아래에서 왕위 즉위식을 했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이곳은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백성을 모두 모아 반은 그리심 산에 서고, 반은 에발 산에 서서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언약한 장소가 아닌가!
신명기에는 ‘무죄한 자를 죽이려고 뇌물을 받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 할 것이요 모든 백성은 아멘 할지니라’(신 27:25)라는 저주의 약속이 선포돼 있다. 바로 이런 약속의 장소에서 아비멜렉과 세겜 사람들은 왕위 즉위식을 하고 있었다. 기드온의 아들 중 유일하게 살아 남은 요담은 이 광경을 생생하게 지켜보며 모레 상수리나무가 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그리심 산에서 그들을 저주한다. 그리고 이 저주대로 세겜 사람들은 바알브릿 신전에 들어가 항전하다가 모두 불에 타 죽었다. 아비멜렉 역시 망대 위에서 한 여인이 던진 맷돌에 맞아 머리가 깨져 비참하게 죽었다.

 

어깨동무 예배를 회복하라!
세겜! 성경 역사의 흐름을 되짚어 보니 참 모순적인 땅이다. 아브라함이 이 땅에 처음 왔을 때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이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라”고 약속하셨다. 그는 그곳에서 예배를 드리고 그 땅 이름을 ‘계시자의 상수리나무’라는 ‘모레 상수리나무’라고 일컬었다.
그의 손자 야곱은 이 약속을 믿고 땅을 사서 제단을 쌓고 ‘엘 엘로헤 이스라엘(하나님, 이스라엘의 하나님)’이라 불렀다. 모세는 이 거룩한 땅을 기억하고 여호수아에게 이곳에 가서 새롭게 언약을 맺으라고 했다. 여호수아는 이스라엘 모든 백성과 어깨동무하듯 한마음으로 하나님과의 언약을 지키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아비멜렉 때 이곳은 권력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무참히 죽이는 무시무시한 마을이 됐다.
요한복음 4장에는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가 잘 나타난다. 예수님께서는 세겜 땅에서 우물가의 여인을 통해 자신이 메시아 되심을 밝히고 참된 예배를 가르치셨다. 그리고 오염된 땅을 회복시키셨다. 하나님의 말씀을 정면으로 부인한 이들이 득세한 세겜을 보며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 우리는 아비멜렉처럼, 세겜 사람들처럼 하나님과 다른 우상을 혼합시킬 뿐 아니라 하나님을 대적하는 일은 없었는가?
아브라함부터 여호수아에 이르는 세겜의 예배와 하나님의 약속을 기억하며,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어깨동무 예배를 회복하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