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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삼손, 소렉 골짜기의 아들

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 (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삼손, 그 이름의 뜻은 태양
모두가 인정하는 영웅 삼손, 그의 이름의 뜻은 ‘태양’이다. 예루살렘에서 1번 국도를 따라 서쪽으로 18km를 내려오면 벧세메스로 가는 남쪽 도로가 있다. 거기서 9km정도를 더 가면 길가 오른편에 ‘태양의 집’이라는 벧세메스 마을이 보인다. 벧세메스에 오르니 태양의 아들 삼손이 살던 드넓은 소렉 골짜기가 한눈에 들어왔다.
특히 북쪽을 가로막고 있는 산지 한 능선 부위에 삼손의 고향인 소라도 있다. 동쪽 유다산지 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세례 요한의 고향 엔 케렘이 아련하게 보이고, 그곳으로 이른 길 어딘가가 라맛 레히였다. 라맛 레히는 바로 삼손이 나귀 턱뼈로 블레셋 사람 천 명을 죽인 장소 ‘나귀 턱뼈 언덕’이다. 서쪽으로 길게 늘어진 골짜기를 따라 7km 내려가면 삼손이 아내를 구하고 사자를 죽였던 딤나도 있다. 그곳부터 바다까지가 블레셋의 땅이었다.


삼손, 극상품 포도와 같은 존재
소렉 골짜기의 소렉에는 ‘극상품 포도’라는 의미가 있다. 사사 시대의 극상품 포도 같은 자가 삼손이다. 그는 블레셋이 철기 문명으로 이스라엘을 압박하던 시대에 단 지파에서 태어났다. 그가 잉태될 때 그의 부모는 ‘기묘자’라 불리는 천사를 만나 제물을 드렸다. 천사는 그 제물을 따라 하늘로 올라갔고, 그곳은 성스러운 장소가 됐다.
삼손의 가장 큰 특징은 잉태될 때부터 하나님께 선택된 ‘나실인’이었다는 것! 그는 강력한 블레셋으로부터 이스라엘을 구원할 자로 부름을 받았다. 삼손은 맨손으로 사자를 죽이고, 여우 3백 마리를 잡아 블레셋 사람의 밭에 불을 질렀다. 그리고 자신을 잡으러 온 천 명의 블레셋 사람들을 나귀 턱뼈 하나로 모두 다 쳐부순다. 그러나 영웅호색이라 했던가? 결국 ‘들릴라’라는 여인의 꾐에 빠져 머리카락이 잘리고, 힘과 함께 눈도 잃은 비참한 노예가 된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 순간에 블레셋 신전의 두 기둥을 안고 블레셋 사람 3천 명을 죽이며 장렬하게 전사한다.

 

삼손 vs 세례 요한
구약 성경에서 블레셋을 이긴 대표적인 사람은 다윗이다. 삼손 역시 블레셋을 상대한 하나님의 사사였다. 그러나 삼손은 이스라엘의 지도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욕대로 행하면서 어렵사리 사명을 감당해 나갔다.
그런데 삼손과 같은 동향 출신으로 소렉 골짜기 동쪽 16km 되는 엔 케렘에서 태어난 나실인이 한 명 있으니, 그는 예수님의 오심을 예비하기 위해 한평생을 보낸 세례 요한이다. 삼손과 세례 요한은 같은 소렉 골짜기 사람으로, 동일한 사명을 받았다. 그리고 그들은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다윗과 예수님의 길을 준비했다. 그러나 삼손은 자기 소견대로 행하다 비참하게 사명을 마쳤고, 세례 요한은 광야에서 영성을 키우며 예수님의 길을 준비해 ‘여자가 낳은 자 중 가장 큰 자’라는 칭찬을 받는다. 참으로 기막히게 대비되는 역사의 인물임에 틀림없다.


이런 묵상을 하며 소라에 있는 삼손의 무덤에 올랐다. 거기에는 한 유대인이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그 책이 사사기임을 단번에 알아챘다. 그도 나도 삼손을 통해 사명자의 삶을 묵상했던 것이다.
사명을 어떻게 이루느냐는 자신의 몫이다. 삼손처럼 힘과 능력이 있다고 해서 몸이 원하는 대로 행하다가는 비참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다. 반면 세례 요한처럼 예수님을 위한 순교의 길을 가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사명 성취의 길을 부끄럽게 이어 갈 것인가? 아니면 겸손하고 성실하게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릴 것인가! 삼손의 삶을 통해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 다시금 고민해 보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