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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골로새, 위대한 용서의 땅

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 (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골로새, 교통의 요충지
골로새는 동방과 서방을 잇는 역할을 했다. 위치상으로도 그랬지만, 이 같은 역할을 하는 데는 리쿠스 강도 한 몫을 차지했다. 리쿠스 강이 풍부한 물과 군사적으로 방어하기 좋은 위치를 제공한 것이다. 그리고 골짜기를 따라 서쪽으로 내려가면 180km 떨어진 지점에 에베소가 있고, 서북쪽으로 215km 지점에 서머나, 250km 지점에 버가모가 있다. 다시 말해 골로새는 고대 도로의 관문이자, 동방에서 서방으로 가면서 아시아 일곱 교회에 모두 접근할 수 있는 교통의 요충지였다. 
골로새를 생각하면 이스라엘의 가이사랴 빌립보가 자연스레 연상된다. 가이사랴 빌립보는 요단 강의 근원이 되는 곳으로, 베드로가 예수님께 신앙고백을 한 장소로 유명하다. 그런데 골로새서를 읽다 보면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라는 베드로의 신앙고백과 같은 곳이 있다. “그 아들 안에서 우리가 속량 곧 죄 사함을 얻었도다… 또한 그가 만물보다 먼저 계시고 만물이 그 안에 함께 섰느니라”(골 1:14, 17).

 

골로새, 철학으로 가득 찬 땅
골로새는 사실 복음의 씨앗이 꽃을 피울 만한 땅이 아니었다. 이 지역은 원래 브루기아인이 사는 지방이었지만, 서쪽으로 15km 가면 아시아였다. 그렇다 보니 후에 라오디게아가 더 발전하면서 골로새에도 아시아 쪽 헬라인들이 몰려왔다. 주전 223년부터 이 지역을 다스린 헬라의 안티오쿠스 왕 3세는 바벨론 지역에 살던 유대인 200가정을 이곳으로 이주시켰다. 그래서 이곳에 본토인, 헬라인, 유대인이 뒤섞여 다양한 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종교에 있어서는 영혼을 중시하는 사상과 천사 숭배가 강했는데, 그 영향으로 교회에도 인본주의 철학 사상이 들어와 예수님을 하나의 인간으로 가르치는 일이 벌어진다. 이를 두고 바울은 이렇게 말했다. “아무도 꾸며낸 겸손과 천사 숭배를 이유로 너희를 정죄하지 못하게 하라 그가 그 본 것에 의지하여 그 육신의 생각을 따라 헛되이 과장하고”(골 2:18).
이처럼 복음의 꽃을 피우기에는 여러모로 부적합한 장소가 골로새였다.

 

골로새, 용서로 변화된 도시
골로새교회는 이런 배경 속에서 에바브라에 의해 세워졌다. 그는 사도 바울이 에베소에서 2년 동안 두란노 서원에서 복음을 전할 때 전도를 받은 사람이었다. 에바브라와 함께 아킵보와 빌레몬이 개척에 동참한다.
빌레몬에게는 오네시모라는 종이 있었는데, 이 종이 주인의 돈을 훔쳐 로마로 도망치는 일이 일어났다. 그런데 이런 오네시모가 우여곡절 끝에 감옥에서 만나게 된 사람이 바로 바울이었다. 그는 바울을 만나 회심했고, 바울은 화해의 편지와 함께 오네시모를 빌레몬에게 돌려보냈다. 빌레몬은 이 편지를 보고 오네시모를 용서한다. 은혜는 또 다른 은혜를 낳는다고 했던가! 이 용서를 통해 빌레몬도 감독으로 활동하다 순교했고, 오네시모는 종에서 해방돼 거대한 도시 에베소의 감독으로서, 위대한 일꾼이 됐다.


이와 같은 사건은 골로새라는 도시가 가진 의미에서도 알 수 있다. ‘콜로세움’이라는 단어는 ‘거대함’이라는 뜻과 함께 ‘교정’이라는 뜻도 지녔다. 그리고 그 의미대로 골로새라는 땅에서는 ‘위대하고 거대한’ 용서를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교정’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해질녘, 이 놀라운 땅에 서서 목자가 양 떼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을 바라봤다. 목자의 품에 안긴 어린양을 보며 오네시모를 품에 안은 빌레몬과 바울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목자의 심정으로 용서한다는 것. 바로 그 위대한 용서가 한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깨닫기를 바란다.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