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 (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가는 험한 길
현재 국립 공원이자 박물관, 이스라엘 자연 공원인 ‘선한 사마리아인의 여관’은 누가복음 10장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로부터 유래한다. 이곳은 예루살렘과 여리고 중간 지점에 있으며, 유다 지파와 베냐민 지파의 경계 지역인 아둠밈 비탈길에 위치한다.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가려면 예루살렘 맞은편의 감람산을 넘어 해저 250m인 여리고까지 35km 정도를 내려가야 한다. 그러다 보니 보통 중간 도착지인 선한 사마리아인 여관에 머물게 된다. 최단 거리인 예루살렘 베다니에서 신약 시대의 여리고까지 이르러야 하루 동안 겨우 20km를 갈 수 있다. 예수님의 가족은 성전에 머물고 있던 어린 예수님을 찾아 이 길을 갔다. 오르는 길은 더 힘들었기에 그들은 예수님을 찾는 데 3일이나 걸렸다.
우물이 있었던 중간 정거장
예루살렘에서 동쪽 1번 국도를 따라 12km를 내려오면, 오른쪽에 국립 공원을 알리는 고동색 간판에 ‘선한 사마리아인’(Good Samaritan)이라는 표시가 보인다. 선한 사마리아인 공원에 들어서면, 모자이크 박물관과 그 옆에 야외 전시관 등의 유적이 있다. 고대 모자이크 박물관은 서안 지구의 교회와 유대인 및 사마리아 회당에서 수집한 4~7세기의 고고학적 가치가 있는 모자이크를 소장하고 있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여관은 헤롯이 증축한 신약 시대 여리고와 그의 궁이 있던 예루살렘을 연결하는 중간 정거장 역할을 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물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인데, 신약 시대 헤롯 당시의 우물이 지금도 남아 ‘선행을 행한 우물’로 기억되고 있다. 그 외에도 기독교 시대(비잔틴 시대), 십자군 시대에 사용했던 우물도 지금까지 남아 있다.
선한 사마리아인 영상 상영 동굴
이 길은 예수님께서 명절을 지내기 위해 수십 번을 오가셨던 길이다. 특히 여관 서쪽 아둠밈 언덕은 ‘붉은 언덕’이라는 뜻처럼 붉은 흙이 유난히 눈에 띄며, 많은 사람이 이곳을 오가며 자주 피를 흘리곤 해 붉어졌다는 이야기도 전승돼 온다.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을 오갈 때 무리와 함께 가는 시간을 놓친 사람이 홀로 가다가 강도의 표적이 되곤 했던 실제적인 예를 비유로 들었다. 특히 명절 때마다 이 길을 오갔던 갈릴리 사람들에게는 너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비유였다.
이곳에는 유대교를 중시하는 이스라엘이 의외의 장소를 만들어 놓았다. 박물관의 서쪽 언덕으로 올라가면 작은 동굴이 있다. 이곳에서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를 영상으로 만들어 상영한다. 동굴의 거친 바위를 스크린 삼아 예수님의 비유를 흑백 필름으로 비추며 그때 일을 기억하게 한다.
예수님께서 “네 몸과 같이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을 하시자, 참된 이웃이 누구냐고 물었던 서기관들에게 유대인과 사마리아인의 통행로가 겹치는 지점에서 이 말씀을 주셨다. 이 지역은 지금도 유대인과 아랍이 겹치는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