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 (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신도시, 가버나움
갈릴리바다 근처의 가장 큰 도시는 바다 서쪽 언덕에 있는 디베랴다. 사실 갈릴리바다는 호수지만 유대 언어에는 바다와 호수의 구분을 하지 않는다. 디베랴에서 북쪽으로 10km 떨어진 곳에 예수님의 갈릴리 사역 본 동네인 가버나움이 있다.
‘위로의 마을’이라는 뜻의 가버나움은 구약 시대에는 없었던 도시로 중간기인 하스모니아 시대부터 발전했는데, 동쪽으로 요단강 건너 벳새다와 북쪽 가이사랴 빌립보를 향하는 길이 열리면서 가버나움을 거쳐 다메섹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예수님 시대 가버나움은 분봉왕 헤롯(안티파스)이 통치하고, 요단강 너머 동쪽은 그의 동생 빌립이 통치했다. 가버나움은 국경이자 해변 길이 지나는 교통의 요지였기에 로마의 백부장 군대가 주둔했다. 또한 물고기도 많이 잡히는 지역이라서 어민을 중심으로 1,500명 정도가 거주하는 마을이 됐다.
예수님의 본 동네, 가버나움
위로의 마을답게 봄에는 겨자초로 불리는 노란 꽃 천지가 되고, 들에 핀 백합화도 순례자의 마음을 위로하는 듯하다. 가버나움에 들어서면 “예수님의 본 동네”(The Town of JESUS)라는 큰 표지가 눈에 띈다.
가버나움 회당이 있는 유적지에 입장하면 오른쪽에 베드로상이 있고 그 앞쪽에 1990년에 현무암으로 만든 베드로의집교회가 보인다. 교회 아래에는 베드로의 집으로 추정되는 1세기 팔각형 교회가 발견됐는데, 역사상 가장 오래된 기독교 교회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베드로의 집 바로 북쪽 건물은 특히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유적이 남아 있는 긴 가옥 구조다. 예수님께 중풍병자를 데려온 친구들이 지붕을 뚫고 침상을 내리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는 가옥 구조다(막 2:4).
베드로의 집에 대한 상상 도면을 보면, 길게 만든 집 위에 종려나무를 덮어 지붕을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중풍병자의 친구들이 병자의 침상을 내릴 때 종려나무 마른 가지 윗돌을 들어내고 가지를 헤집어 침대를 내렸다면, 많은 먼지가 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무례함보다 믿음을 보셨으리라 생각하니 은혜가 된다.
가버나움 회당
가버나움 마을의 중심에는 외지에서 가져온 흰 석회암으로 만든 4세기경의 유대인 회당이 우뚝 서 있다. 그러나 예수님 시대의 회당은 현재 회당 아래 기초석인 현무암이었음이 밝혀졌다. 회당의 정문은 세 개고, 그 방향은 반드시 예루살렘을 향한다. 회당 내부에 들어서면 좌우의 계단식 의자가 있고, 가운데 단상을 만들어 설교자가 앉았다.
예수님께서는 이 터 위에 있던 회당에서 말씀을 전하시고 수많은 기적을 행하셨다. 야이로와 같은 회당장은 북쪽에 난 작은 문을 통해 말씀이 들어 있는 율법 수레를 끌고 와서 말씀을 펴 주기도 했을 것이다.
회당 건물을 아름답게 장식했던 다양한 조각품들은 회당 서쪽에 전시돼 있다. 다윗의 별 모양 성전 촛대가 그려진 기둥머리, 율법 궤를 옮겼던 수레 모양 등 당시 문화를 알 수 있는 다양한 문양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