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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1월

유대의 한 동네 세례 요한의 고향, 엔 케렘(눅 1장)

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 (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포도원의 샘이 있는 세례 요한의 고향

엔 케렘(Ein Kerem)은 ‘포도원의 샘’이라는 뜻으로, 예루살렘성전에서 서쪽으로 8km 떨어진 마을이다. 이곳에 샘이 있어 포도원이 많았던 것으로 예상된다. 

이곳의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면 삼손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벧세메스 근처의 넓은 소렉 골짜기 하류를 만난다. 세례 요한과 삼손, 둘은 태어날 때부터 ‘나실인’이었다. 삼손은 이스라엘을 블레셋에서 구원하기 시작하는 인물로, 세례 요한은 주님 오실 길을 준비하는 인물로 부름받았다.

삼손은 다윗의 길을 준비하고, 세례 요한은 예수님의 길을 준비했다는 면에서 둘 다 베들레헴에 오신 분을 준비한 셈이다. 그러나 그 둘은 사명을 이루는 방식이 달랐다. 삼손은 세상 문화가 있는 서쪽 블레셋을 향했지만, 세례 요한은 세상을 등지고 동쪽 광야로 향해 주님의 길을 예비했다. 세례 요한은 예수님께 “여자가 낳은 자 중에 가장 큰 자”라는 인정을 받았다.


마리아와 엘리사벳이 만난 교회

나사렛에서 임신 소식을 들은 마리아는 157km가 넘는 거리를 달려 엔 케렘으로 알려진 유대의 한 동네로 달려왔다. 탄생교회에서 남쪽, 소렉 골짜기 맞은편 650m 지점에 마리아 방문교회가 있다. 그 길을 향하는 골짜기 중심 부근에는 ‘마리아의 샘’이라는 우물도 있다. 

골짜기의 한 샘에서 수로를 내어 동네 사람들이 마시던 마리아의 샘은, 소렉 골짜기의 풍요로움을 상징하며 포도원의 샘이 있던 곳임을 상기시킨다.

조금은 가파른 언덕을 걸어가야 마리아 방문교회에 오를 수 있다. 교회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엘리사벳과 마리아가 만나는 동상이 인상 깊다. 임신한 여인의 배가 맞닿을 정도로 가깝다. 세례 요한이 태중에서 예수님을 알아보고 태동을 하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교회 내부에는 두 여인의 만남을 그려 놓은 모자이크와 함께, 헤롯의 학살을 피해 도피하는 엘리사벳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곳은 마리아 방문교회이자 세례 요한의 도피처이기도 했다. 

예수님께서는 천사의 도움으로 학살의 시간에 애굽으로 도피했지만, 6개월 차이밖에 나지 않던 세례 요한은 베들레헴과 같은 지역이었기에 위협에 노출됐다. 그러나 성화에서 보듯 천사는 이 교회의 한 바위 뒤로 세례 요한을 숨겨 그의 생명을 보존했다. 그때의 기념 돌이 방문교회의 우물 근처에 전시돼 있다.


600만 학살 기념관과 하닷사 병원

교회 주변을 돌아보면 세례 요한 탄생교회 위 봉우리에 ‘기념물과 이름’(참조 사 56:5)이란 뜻의 ‘야드바셈’이라는 유대인 600만 학살 기념관이 있다.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 일컬음이 될 것임이라”(참조 사 56:7)라고 말씀하신 후에 죽임당하신 예수님께서는 이런 비극의 역사를 끊고자 희생되셨다. 

아픈 역사를 고쳐 주고자 했는지 야드바셈의 맞은편에는 에스더의 또 다른 이름인 하닷사라는 히브리대학교 종합 병원이 있다. 세례 요한이 이 땅에 와서 회개하고, 메시아 예수님을 믿어 고침받기를 원했던 그 마음이 주변 건물로 나타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