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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가나안의 문턱, 숙곳(창 33:17)

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 (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야곱과 얍복강 하구, 숙곳

이스라엘에서 요르단으로 가는 벧산 국경을 넘어 남쪽으로 36km에 이르면 길가에 우뚝 솟은 텔이 보인다. 얍복강 하구에 있는 숙곳이다. 숙곳은 야곱이 자기를 위해 집을 짓고, 가축을 위해 ‘우릿간을 지었다’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현재 초막절을 숙곳이라 부른다.

숙곳 유적 입구인 서쪽에는 소박한 박물관이 있어, 발굴 당시의 모습과 유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곳에서 발견된 발람의 축복문인데, 학자들은 숙곳을 발람 선지자의 고향으로 추정한다(참고 민 22:5, 31:8). 

텔 위에 올라서면 동쪽으로는 얍복강 하류, 서남쪽으로는 얍복강과 요단강의 합류 지점이 보인다. 이곳이 아담 나루터다. 여호수아가 이끄는 이스라엘은 이곳에서 물이 멈춰 강을 건넜다. 아담 지역에 쌓인 토사는 당시 요단강이 얍복강에서 내려온 토사로 막혔음을 입증해 준다.


세상을 두려워한 숙곳 사람들

기드온이 사사였던 시절, 미디안은 가나안에 들어갈 때 숙곳을 거쳐 이스르엘 골짜기 쪽으로 입성해 이스라엘을 괴롭혔다. 기드온에게 패해 도망가던 미디안의 두 방백 오렙과 스엡은 숙곳 서편 요단강 나루터인 아담에서 에브라임 지파에게 잡혀 죽었다.

그러나 미디안 왕 세바와 살문나는 가나안의 이스르엘 골짜기를 빠져나가 요단강을 건넌 후, 숙곳을 거쳐 요단 동편 고원지대로 올라갔다. 기드온은 미디안 잔당을 멸하려 추격했다. 그러나 숙곳 사람들은 기드온에게 “우리를 보고 당신의 군대에게 빵을 주라니, 세바와 살문나가 당신의 손아귀에 들기라도 하였다는 말이오?”(삿 8:6, 표준새번역)라고 말한다.

숙곳 사람들은 미디안, 즉 세상을 두려워하고 하나님의 군대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결국 기드온은 미디안 왕들을 잡아 오는 길에 숙곳의 장로 77명을 잡아 들가시와 찔레로 징계했다. 여호와를 경외함이 지혜의 근본인데 사람들은 세상을 더 두려워한다.


다윗과 싸운 압살롬이 전사한 곳

숙곳에서 아담에 이르는 지역은 고대에 수풀이 많아 ‘에브라임 수풀’이라 불렸다(참조 삼하 18:6). 다윗이 압살롬에게 쫓길 때 얍복강에 있는 마하나임이라는 도시로 도망해서 전열을 정비한 후 압살롬의 군대와 에브라임 수풀에서 싸웠다. 다윗은 자기 아들 압살롬을 살리라고 했으나, 요압은 압살롬을 죽여 수풀의 구덩이에 넣고 돌로 쌓아 버렸다. 

다윗은 이 지역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에 다시 이스라엘의 왕이 됐다. 그의 아들 솔로몬은 성전을 만들 때, 숙곳과 아담에 이르기 전 사르단에서 차진 흙을 사용해 성전에 필요한 놋으로 된 성물을 만들었다(참조 왕상 7:46).


레아 길에서 만난 예수님

예수님께서는 숙곳을 많이 지나셨다. 명절이 되면 갈릴리에서 예루살렘을 오가는데, 주로 베레아 길을 사용했다. 예수님께서는 세례를 받으시고 베레아 길을 거쳐 갈릴리로 가는 길, 아마도 얍복강이 내려오는 숙곳 근처에서 나다나엘을 만났으리라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