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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기쁨의 서신이 전달된 빌립보(빌 1장)

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 (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마게도냐의 첫 성, 빌립보

빌립보는 주전 346년 알렉산더 대왕의 부친 빌립 2세가 정복한 그리스 북쪽의 도시다. 이어 알렉산더 대왕은 도시를 증축하고, 많은 사람을 이곳으로 이주시켰다.

주전 167년 그리스가 로마에 정복당하면서, 빌립보는 로마의 도시가 된다. 그리고 주전 42년,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가 이끄는 군대와 부루투스와 카시우스가 이끄는 군대가 이곳에서 충돌한다. 옥타비아누스는 이 전쟁에서 승리한 후 로마 황제의 자리에 올라 ‘가이사 아구스도’가 되고, 승전지 빌립보는 로마의 직할 도시가 된다.

빌립보의 아크로폴리스(산성) 기슭에 있는 로마 아고라에는 비잔티움(이스탄불)에서 출발해 네압볼리를 거쳐 오는 에그나티아 대로가 아직도 남아 있다. 이 길은 데살로니가를 거쳐 로마로 향하는 중요한 도로다.

바울은 이 길을 따라 알렉산더가 다스리던 마게도냐의 첫 성이자, 로마의 가이사 황제 정권이 탄생한 빌립보성에 들어설 때 아마도 “대왕들이여, 당신들이 힘과 문화로 세계를 정복했다면 나는 복음으로 당신들의 땅을 정복하러 왔노라”고 외쳤을 것이다.


자주 옷감 장사 루디아기념교회 

빌립보성 서쪽 외곽 강기티스강가에 아름다운 루디아기념교회와 세례터가 있다. 바울 일행은 빌립보에서 복음을 전할 회당이 없어 성 밖 물가에서 기도를 해야 했다. 그때 주님께서 두아디라 출신의 자주 옷감 장사 루디아의 마음을 열어 복음을 믿게 하셨다. 그리고 그녀는 바울 일행을 자신의 집에 초청해 유럽 최초의 교회를 세웠다.


사도 바울의 사역이 깃든 유적들

빌립보 유적지에 들어서면 원형 극장을 지나 주변을 전망할 수 있는 교회 유적에 이른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빌립보 전경을 볼 수 있다. 왼쪽 에그나티아 대로는 빌립보를 지나 드라마라는 도시를 가로지른다. 빌립보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중앙에 넓게 자리 잡은 ‘아고라’다.

바울은 이곳을 지날 때 귀신 들린 한 소녀에게 괴로움을 당했다. 귀신 들린 소녀는 예언을 통해 주인에게 이익을 주고 있었다. 이에 바울은 그녀를 고치면 주인이 반발할 것을 알았음에도 그녀에게서 귀신을 쫓아낸다. 결국 바울은 주인에게 고소를 당한다.

바울과 실라는 아고라 북쪽에서 약식 재판을 받고 채찍형을 당한 후, 옥에 갇힌다. 교회 유적 앞 전망대에서 오른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바울이 갇혔던 감옥이 나온다. 한 건물의 물 저장고였던 곳이다. 바울은 마른 저수조에 갇혀 찬송도 하고 기도도 했다. 결국 바울과 실라는 기도와 찬송의 권능으로 하늘을 움직였고, 옥문을 열어 묶인 것을 풀어 버렸다.

또한 바울은 자결하려는 간수를 막고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참조 행 16:31)고 선포한다. 이렇듯 고난 중에 탄생한 빌립보교회는 바울이 옥에 갇혔을 때에 적극적으로 그를 도와 바울로부터 옥중 서신을 받을 수 있었다.

환난과 핍박 중에 찬송으로 세운 빌립보교회는 더욱 견고해졌고, 지속적인 후원으로 ‘기쁨의 서신’이라고 일컬어지는 빌립보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