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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2월

세례 요한이 순교한 마케루스 요새(막 6장)

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 (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난공불락의 성, 마케루스 요새

세례 요한이 순교한 마케루스 요새가 있다. 마케루스는 ‘칼’이라는 뜻이다. 예수님과 동시대의 유대 역사가 요세푸스는 이곳을 이렇게 묘사했다.

“마케루스는 험준하고 매우 높은 바위산 위에 건설돼 있었기 때문에, 정복하기가 매우 어려운 요새다. 사방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골짜기로 둘러싸여 있어 쉽게 건널 수도, 흙으로 메울 수도 없었다.”(《유대 전쟁사》 7권 6장)

주전 90년경 하스모니안 왕조의 알렉산더 얀네우스는 왕국의 영토를 보호하기 위해 이 요새를 세웠다. 그러나 주전 67년 폼페이우스가 이곳을 정복해 파괴했다. 대 헤롯은 에돔 출신으로 유대를 통치하는 동안 항상 신변에 위협을 느꼈다.

그는 베들레헴 근처에 헤로디움 요새, 사해 해변에 마사다 요새에 이어 요단 동편에 마케루스 요새를 세웠다. 유사시 도피할 경로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그는 바대 왕국의 침략 때 요새들이 세워진 경로를 따라 로마로 도망가서, 분봉왕으로 등극했다.


세례 요한을 가두고 죽인 마케루스

대 헤롯이 주전 4년 여리고에서 죽자, 로마는 왕국을 나눠 헤롯의 아들들이 통치하게 했다. 그중 성경에서 두 번째 헤롯으로 언급된 헤롯 안디바(주전 3년~주후 39년)는 갈릴리와 요단 동편 베레아 지역을 다스렸다. 베레아 지역 가장 남쪽에 마케루스가 있었고, 이곳은 나바테아 왕국과의 경계였다.

헤롯 안디바는 남쪽의 분쟁을 잠재우고자 나바테아의 아레다왕의 딸과 정략결혼을 했다. 그러나 요세푸스의 기록에 따르면, 헤롯 안디바는 로마를 방문하는 동안 자기 동생의 아내이자 조카인 헤로디아와 눈이 맞아 그와 정혼하고, 아레다왕의 딸과 파혼하려 했다. 이를 알아챈 아레다왕의 딸은 나바테아로 피신해 아버지에게 상황을 알렸고, 결국 두 왕국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다.

이런 뒤숭숭한 상황에서 요단 동편 베다니에서 사역하던 세례 요한은 헤롯 안디바가 하나님의 말씀을 범했다고 직언하다 감옥에 갇혔다(막 6:17~18). 마케루스 요새로 올라가기 전 동굴 몇 개가 있는데, 전통상 그곳은 세례 요한의 감옥이라 전해지고 있다. 헤로디아 딸의 춤으로 인해 기뻐했던 헤롯은 결국 그녀의 요구대로 이곳에서 요한을 참수했다.


칼을 가지는 자는 다 칼로 망한다

순교한 세례 요한의 흔적이 있는 마케루스 요새에는, 헤롯이 누렸던 화려한 영광이 유적으로 남아 있다. 세례 요한은 예수님께서 이루실 천국 복음의 현장을 믿음으로 바라봤다.

예수님께서는 이곳에서 순교한 세례 요한에 대해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하노니 여자가 낳은 자 중에 세례 요한보다 큰 이가 일어남이 없도다”(마 11:11)라고 말씀하셨다.

헤롯은 이곳에서 세례 요한을 죽인 후, 함께한 사람들의 배신 때문에 나바테아 왕국과의 전투에서 참패했다. 요세푸스는 헤롯이 의인 세례 요한을 죽였기에 전쟁에서 패했다고 기록했다(《유대 고대사》 18권 5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