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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

저는 친구입니다

과월호 보기 김지태 목사 (부산 영안교회)

저는 친구입니다

부산에 살게 된지 어느덧 5년이 되었다. 지금은 결혼도 했고, 예쁜 딸도 키우고 있다. 집도 있고, 차도 있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의 조건은 대부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가끔, 아니 자주 마음속에 허전함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혼자 바닷가에 나가서 멀리 보이는 수평선과 부딪히는 파도를 바라보곤 한다. 이런 내가 감수성이 풍부해 보이는가?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이유는 내 속에 담겨져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데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그 어떤 말과 행동을 해도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이곳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어떤 이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한다. 그들은 바로 중 · 고등학교 시절 함께했던 ‘친구들’이다.

 

나를 위해 죽어줄 수 있는 친구가 있나요?
‘친구’라는 단어는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가깝다’는 의미는 서로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며, 솔직한 내 모습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다. ‘사귄다’라는 것은 삶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쉽게 설명하면 ‘두 개의 직선이 어느 순간 교차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함께 울고, 함께 웃어 줄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이다. 나에 대한 선입견이 없고, 내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알고 있는 사람.

이처럼 친구는 우리의 인생 가운데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다. 사람은 돈이 없어도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사는 것이 힘들고 불가능해진다고 한다. 이 말에 동의하는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 이런 질문을 하신 적이 있다. “여러분 중에 자신을 위해서 죽어 줄 수 있는 친구를 가진 사람이 있나요?”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소 잔인한 질문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선생님의 의도는 정말 삶을 공유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친구가 있는지 물어보신 것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당시 반 친구들 중 유일하게 나 혼자 손을 들었다는 것이다. 단짝 친구가 한 명 있었고, 그 친구라면 내가 위험에 처해 있을 때, 내 생명까지 아까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되돌아보면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었다. 여러분에게도 동일한 질문을 해보고 싶다. 혹시 지금 당신 옆에는 당신을 위해 죽어 줄 수 있는 친구가 있는가?

 

베드로를 찾아오신 예수님처럼.
솔직히 최근 청소년들을 보면 진정한 친구를 곁에 둔 사람이 별로 없어 보인다. 서로 가까워 보이지만 각자가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만든다. 놀 때는 친해보이다가도 서로 불편한 상황이 생기면 적대 관계로 변하는 경우도 많다. 마치 필요에 의해서 붙었다가 필요가 없어지면 버리는 포스트잇 같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진정한 친구가 없다는 것은 눈 내리는 추운 겨울에 두툼한 잠바를 입지 않고 밖에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진정한 친구가 없다는 것은 마시멜로가 빠진 초코파이를 먹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정한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의외로 그 정답은 쉽다. 그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것’이다.

진정한 친구가 되는 조건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분도 어느 정도 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 그중에서 ‘포용’과 ‘사랑’에 대해서 강조하고 싶다. 이 두 단어의 의미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을 부인하고 떠났던 베드로를 찾아오신 예수님을 생각해 보면 된다.

예수님은 왜 베드로를 찾아오신 것일까? 혼내기 위해서? 그의 잘못을 따지기 위해서? 다른 제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서? 전혀 그렇지 않다. 예수님이 베드로를 찾아오신 이유는 ‘베드로를 안아주려고’ 오신 것이다. 자신은 결코 예수님을 부인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베드로를, 그러나 현실에서는 실패한 베드로를, 그래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시 어부로 돌아갔던 베드로를 예수님의 따뜻한 품으로 안아주시기 위해 찾아오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포용과 사랑이다.

친구 사이에서도 포용과 사랑은 중요하다. 친구는 조건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친구라는 것은 상대방이 어떤 사람이든지, 무엇을 가지고 있든지 그런 환경과 조건에 상관없이 맺어질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내가 조건을 가지고 친구를 만난다면 내가 만나는 사람 역시 나의 조건을 보고 만나는 것이다. 이것은 진정한 친구 관계가 될 수 없다. 조건이 사라지면 그 끝이 나고 말 것이다.

진짜 친구는 조건을 넘어서서 상대방의 모든 것을 받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친구라면 ‘말하고 듣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말은 내 속에 있는 것들을 표현하는 것이고, 듣는 것은 상대방의 말을 진심으로 듣고 내 속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즉 마음과 마음이 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시대와 사람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상대방이 평가하거나 속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하지만 당신이 진정한 친구가 되기를 원한다면 그 불안감을 떨쳐버리기 바란다. 불안과 두려움을 버리고, 지금 친구라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내 진짜 속마음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진정한 마음으로 다가갔을 때, 상대방도 진정한 마음으로 당신을 받아 줄 것이다.

 

진정한 친구 한 명이면 행복하다.
나에게는 단 한 명의 친구가 있다. 고등학교 때 만났고, 서울에 살고, 남자다. 얼굴을 안 본 지 2년이 넘었다. 그러나 일주일에 최소 2번은 전화 통화를 한다. 전화도 길게 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5분 정도 통화한 것이 가장 오래 통화한 기록이다. 비록 잘 만나지도 못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하지만, 우리는 진정한 친구다.

고등학교 이후 수년간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면서 우리는 진짜 친구가 되었다. 지금은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받아 줄 수 있고,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알 수 있는 사이다. 몇 년 전 그 친구에게 사랑한다고, 네가 친구라서 나는 참 행복하다고 말했었다. 어떤가? 당신에게도 이런 친구가 있는가? 당신 곁에도 이런 친구 하나쯤은 있으면 참 좋겠다. 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