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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6월

나의 하나님을 만났습니까?

과월호 보기 김지태 목사 (부산 영안교회)

나의 하나님을 만났습니까?

얼마 전 고등부의 한 친구로부터 슬픈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제는 주일에도 학교를 가야 해서 고등부 예배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좋은 친구고, 구원의 확신도 있는 친구다. 하지만 ‘공부와 입시’라는 무거운 짐을 자신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었나보다. 그래서 결국 선택한 것이 ‘쉬는 날 없이 공부하는 것’이다. 그 친구의 마음도 이해되고,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내 마음은 하루 종일 한없이 먹먹했다. 이런 얘기를 듣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매년 3~4명의 학생들이 공부와 입시 혹은 자신이 처한 상황 때문에 온전히 신앙생활을 하지 못하고, 교회를 잠시 떠났었다.

 

과연 공부가 가장 중요할까?
“당신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면 아마 대부분의 친구들은 “공부!”라고 대답할 것이다. 틀린 답은 아니지만 이것은 우리 인생을 너무 짧게 보고 하는 말이다. 과연 공부가 가장 중요할까? 생각해 보자!
일주일에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부터 일어나 밤을 새가며 공부해서 결국 내가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다. 그럼 공부가 끝난 것일까? 아니다! 또 다시 새로운 공부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 강도는 고등학교보다 더욱 강해진다. 또한 공부 말고도 삶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더욱 많이 생겨나 인생의 짐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또 다시 그것들을 위해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노력하면서 살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살다 보면 결국 우리 삶은 메말라 버리거나 지쳐 쓰러지게 된다. 훗날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헛된 것들임을 깨닫게 되고, 큰 좌절을 맞보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빈 종이를 꺼내 나의 삶에 가장 필요한 것과 지금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적어 보자. 이제 첫 번째로 할 일은 그 중에서 없어도 내가 사는데 크게 지장이 없는 것들을 지워 본다. 두 번째로 비슷하거나 서로 포함할 수 있는 것들을 묶는다. 마지막으로 내가 적은 것들을 모두 포함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고, 그것을 가장 위에 적는다. 단, 마지막 조건은 내가 적은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어야 하고, 그것들을 이루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 자,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았는가?
그럼 최종적으로 하나만 더 해 보자.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과 ‘하나님’을 함께 적고 어느 것이 더 포괄적인지 생각해 보자. 이미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님’임을 발견했다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하나님’이 내가 생각한 중요한 것들을 모두 포함할 수 있는 가장 크고 포괄적인 존재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즉,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지킬 수 있는 것, 내가 원하는 것들을 이루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의존적 신앙생활 & 자발적 신앙생활
이처럼 우리의 삶에서 가장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인데 왜 많은 학생들이 하나님을 선택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 신앙의 태도 때문이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정해진 틀과 누군가에 의해서 밀려다니는 삶을 살고 있다.
문제는 이런 삶의 태도가 신앙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어려서는 누군가에 의해서 신앙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 잘 모르기 때문에 올바른 방향을 안내받아야 한다. 하지만 청소년이라면 이제 나 스스로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고민해야 하고, 옳은 신앙생활을 스스로 선택하고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즉 의존적 신앙생활에서 벗어나 자발적 신앙생활로 발전해야 하는 것이다.
의존적 신앙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내 인생에서 온전히 하나님을 바라볼 수 없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하나님을 놓칠 수밖에 없다. 자발적 신앙생활의 주체는 ‘누구 때문’이 아니고, ‘무엇 때문’도 아니다. 오직 ‘나와 하나님 때문’이다. 하나님과 나와의 일대 일 관계 속에서 내 신앙을 찾아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 과정이 힘들 수 있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많은 고민을 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하나님이 아닌, 나의 하나님을 발견하고 만나게 되면, 그 순간부터 우리의 삶은 달라진다.

 

두려워하지 말라!
얼마 전 세례를 받는 것과 관련해, 한 학생과 신앙상담을 했다. 대화 중에 그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목사님! 세례 받으면 빡세게 신앙생활을 해야 하나요?”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그대로 적어 보았다. 웃음도 났지만 한편으로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그 친구에게 ‘두드림’ 코너를 통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두려워하지 말라!” 우리 인생에서 하나님을 선택하면 삶이 힘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신앙생활이 더욱 어렵고 힘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의 효과가 나올 것이다. 공부에 대한 두려움이, 인생에 대한 두려움이 하나님 때문에 자신감으로 바뀔 것이다. 의존적으로 신앙생활을 할 때에는 힘들었지만, 스스로 선택해서 하는 신앙생활은 기쁨과 감사 가운데 하게 될 것이다.
  지난 주, 글의 서두에 말했던 잠시 교회를 떠났던 친구가 다시 돌아왔다. 학교에서 밥 먹는 시간에도 독서대를 놓고 공부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쉽게 선택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내가 교회에 있는 시간에 다른 친구들은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갈등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나님을 포기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모든 시간들은 하나님 없이는 설명할 수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모든 친구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제는 누군가의 하나님이 아니라, 나의 하나님을 만나기를 말이다.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에 하는 신앙생활이 아니라, ‘하나님과 나’와의 친밀한 관계 속에서 기쁨과 평안의 신앙생활을 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