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지태 목사 (부산 영안교회)
나랑사귈래?
친구 폰을 만져보는데 비번이 걸려 있다.
친구에게 비번이 뭐냐고 물어보았다.
자기가 여자 친구를 사귄 횟수라고 했다.
‘0000’을 누르니
잠금이 풀렸다.
그날 친구도 울고 나도 울고 핸드폰도 울었다.
얼마 전 인터넷에 올라왔던 유머입니다. 글을 읽고 나서 크게 웃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성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참 특별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남자는 여자에게, 여자는 남자에게 사랑받기 원하고 또 사랑하기를 원합니다. 만남을 통해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모든 것을 공유하고 싶어 합니다. 사실 이런 마음은 참으로 건강한 것입니다. 우리는 사랑의 감정을 통해서 이해와 배려를 배우고, 사람의 소중함도 깨닫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즘 뉴스에서 접하게 되는 소식들은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사랑이 집착, 폭력, 학대 등으로 변질되어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고통스러운 상처와 기억을 남기는 것들을 보게 됩니다. 진실한 사랑이 아닌 일회용 사랑도 너무나 많고,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것이 아닌 서로에 대한 육체의 탐욕으로 변질된 사랑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사랑’이라고 할 수 없는 것들이 ‘사랑’이라는 껍데기를 쓰고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지금 여러분들이 사랑하고 있는, 사랑하고 싶은 이성에 대한 마음은 진실한 것입니까? 아니면 사랑이라는 껍데기를 쓴 탐욕입니까?
호기심은 사랑이 아닙니다
건강한 이성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워야 합니다. 요즘 청소년들은 이성에 대한 사랑을 각종 미디어를 통해 배웁니다. 그것도 아주 왜곡된 형태로 말입니다. 그래서 이성을 만날 때 서로에게 집중하는 것이 아닌, ‘내가 보고 들은 것들이 진짜일까?’라는 생각으로 만나게 됩니다. 이것은 일명 호기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기심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잘못된 사실에 근거한 호기심은 매우 위험합니다. 성적인 호기심, 핑크빛 환상에 기인한 호기심, 이성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만남은 결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습니다. 그리고 분명한 사실은 호기심은 사랑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한 남학생과 상담을 했습니다. 이 친구의 연애 경력(?)은 화려했습니다. 제가 고등부를 맡고 있는 동안 몇 명의 여학생을 만났는지 모릅니다. 문제는 그로 인해 현재 큰 죄책감에 시달리며 고통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얘기를 들어 보니 과거에 이성을 만나는 것을 ‘놀이’처럼 생각했던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처음 만났던 이성에 대한 재미있고 즐거웠던 경험이 ‘다른 이성을 만나면 어떨까?’라는 호기심으로 발전해, 계속해서 상대방을 바꿔가며 만났습니다. 결국은 잘못된 첫 경험이 지금 건강한 연애를 할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그 사람도 나처럼 소중합니다
청소년 시절의 이성 관계에 대해 긍정적으로 얘기하는 어른들은 없을 것입니다. 사실 ‘공부와 입시’라는 큰 산 앞에서 이성은 하나의 걸림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폐쇄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폐쇄적인 청소년이 성인이 되었을 때, 제대로 된 연애를 하기는 참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상처로 얼룩진 첫사랑은 평생 아픔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조금 더 일찍 ‘이성을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성 관계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바탕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내 앞에 있는 이성에 대해 색안경을 쓰지 않고 바라보는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사람, 내가 기대하는 사람, 나의 호기심을 채워 줄 사람이 아닌, ‘나와 다른 면을 가진 특별하고도 소중한 존재’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나와 다른 면을 가졌다는 사실은 아주 중요합니다. 내가 가지지 못한 장점을 가졌다는 것이고, 나의 부족함을 채워 줄 수 있는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소중하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과 같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목적과 수단으로 보지 않으십니다. 우리의 있는 모습 그대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하게 인정해 주셨습니다. 이성 관계에서도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더 많이 가지고, 가지지 못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누구도 사랑할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지금 당장 급한 것이 아닙니다
요즘 청소년들은 이성 친구를 사귀는 것을 무슨 계급처럼 생각합니다. 이성 친구를 많이 사귄 것을 자랑처럼 떠벌리고 다니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자신이 인기 있는 존재라고 말하고 싶은 걸까요? 그러나 이런 행동 때문에 훗날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성에 대한 건강하지 못한 경험이나 잘못된 선입견은 불행한 사랑의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 시기에 이성 친구를 만나는 것은 ‘지금 당장’ 해야 하는 급한 일은 아닙니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올바른 이성관, 건강한 연애관을 배우고 터득하는 것입니다.
혹시 지금 좋아하는 이성이 있습니까? 그렇다면 호기심이나 급한 마음으로 당장 어떻게 해 보려고 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기대하지 말고,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는 것은 어떨까요? 서로에 대한 솔직한 모습을 인정해 주고, 현재 각자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학창 시절의 어려움 속에서 서로 의지가 되고 힘이 되는 그런 멋진 관계 말입니다. 이와 같은 건강한 관계를 통해 언젠가는 지금 여러분에게 가장 어울리고 아름다운 이성을 만날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