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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8월

공부 때문에 너무 힘든 친구들에게

과월호 보기 김지태 목사 (부산 영안교회)

공부 때문에 너무 힘든 친구들에게

공부 스트레스
고등부를 담당하고 있으면 가끔 놀라운 일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중 ‘졸업의 기적’이라 불리는 사건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기적은 매년 한두 명의 학생들에게 꼭 일어납니다. 올해에도 ‘졸업의 기적’을 경험한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는 고등부에 있는 동안 저를 너무 힘들게 했습니다. 말도 거칠고 부정적이었고, 반항적인 태도와 불만 가득한 표정은 순수한(?) 제 마음에 화를 불러일으키는 초능력을 지녔습니다. 한번은 예배가 시작되고 찬양을 드리는 중에 이 친구가 갑자기 뛰쳐나가는 것입니다. 저는 급한 마음에 달려 나가 겨우 붙잡았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가 거칠게 말을 내뱉습니다.
“전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믿을 수 없습니다!”
“제 자신만을 믿습니다!”
“스스로 노력해서 성공하는 사람이 될 겁니다.”
쉽게 말하면 이성적으로 하나님을 믿을 수 없으니, 자기가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하겠다는 것입니다. 당시 이 친구는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습니다. 노력하는 만큼 성적은 오르지 않고, 공부에 대한 부담감은 점점 커지고, 대학에 가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으로 힘들어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졸업한 후 어떻게 변했는지 아십니까? 거칠었던 모습은 환한 웃음으로, 부정적인 말투는 유머러스하게 변했습니다. 전에는 제대로 대화조차 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친근한 농담도 건네게되었습니다.
솔직히 얘기하면 이 친구가 ‘변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그동안 학생 신분으로 있으면서 심한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그렇게 행동했던 것입니다.

 

공부는 애물단지?
공부!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공부는 목숨과도 같아 보입니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말도 소용없습니다. 매년 공부 때문에 수많은 학생들이 힘들어 합니다. 학생들을 양육하다보면 공부가 걸림돌이 될 때가 많습니다. 학생들은 공부때문에 교회에 나오기도 어렵고, 수련회에 가기 어렵고, 신앙 친구도 만들기 어렵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 애물단지 공부! 대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진짜 공부는 인생 공부! 
첫 번째로 제안하는 것은 ‘공부의 범위를 지식의 습득이 아닌, 삶의 배움으로 확장하라’는 것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공부는 교실과 학원에서 이뤄집니다. 교육 과정에 따라 시험을 보고, 그 결과로 대학과 인생의 진로를 결정합니다. 문제는 이 시험에서 실패한 사람은 인생도 실패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스스로 목숨까지 끊는다면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공부’라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고 해서 성공한 인생을 사는 것도 아닙니다. 나와 타인의 삶 그리고 삶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우리의 삶이 결정되어지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치우쳐 있는 공부를 우리의 삶 전체로 넓혀가야 합니다.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삶의 스토리를 들어야 합니다. 내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다양한 경험도 하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봉사도 해야 합니다. 열정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며 하나님을 붙잡아야 합니다. 이렇게 할 때, 우리는 학교 공부가 인생의 전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세상을 바라보는 넓은 안목’을 갖게 됩니다. 또한 내가 어떤 사람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인생의 목표와 방향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13년 전에 해외 단기선교를 함께 갔던 중학생이 있었습니다. 이 친구는 그때를 시작으로 매년 단기선교를 나갔습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황금 같은 방학 때 공부가 아닌 다른 것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어리석어 보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매년 나갔던 단기선교를 통해 자기 인생의 목표, 즉 미술을 전공해 사람들을 치유하겠다는 비전을 품었다는 점입니다. 훗날 그 친구는 미술을 전공했고, 대학을 다니면서 해외자원봉사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조금씩 그 비전을 이뤄가고 있습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두 번째 제안은 우리 인생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합니다. 저는 스무 살부터 교회에서 전도사로 섬겼습니다. 시골에 있는 교회부터 도시에 있는 교회까지 다양한 교회에서 사역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역을 하면 할수록 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고, 급기야는 ‘나중에 먹고 살기 힘들면 목사 말고 다른 것을 해야겠다’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습니다. 하나님이 분명 저를 사역자로 부르셨는데, 앞이 보이지 않으니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연약해진 것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사역은 기쁘지 않았고, 마음속에 답답함만이 쌓여 갔습니다.
우리 친구들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공부를 하긴 하는데 하면 할수록 막연한 미래에 대해 불안해지고 답답해져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현실 말입니다. 그래서 공부 때문에 울고 불안해 하고, 공부 때문에 신앙생활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솔직히 저는 하나님께 화를 많이 냈습니다. 제 마음속에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 불안과 두려움들을 매일 하나님께 쏟아냈습니다. 그렇게 수개월이 흘렀고, 어느 순간 하나님께서 제 마음에 확신을 심어 주셨습니다. 하나님께 성질부리고 협박(?)했던 저를 만나주신 것입니다.
저를 돌보시는 하나님의 손길에 대한 확신이 생기자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30년 동안 한 번도 와보지 않은 부산에서 새롭게 삶을 시작했습니다. 이는 저를 인도하시는 주님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나님께 인생을 걸자!
인생을 탁월하게 사는 사람은 많은 능력을 갖고 다양한 것을 하며 사는 사람이 아닙니다. 한 가지라도 분명한 확신을 갖고, 거기에 목숨을 거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이라면 하나님 한 분에 대한 확신을 갖고, 인생의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공부, 재능, 환경 같은 것들에 우리 인생을 맡긴다면 우리는 늘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은 너무나 많고, 결과에 따라 인생 순위가 매겨지니 실패감과 좌절감만 들 것입니다.
반대로 내 인생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에 확신을 갖고 믿음으로 살아간다면, 매일 기쁨과 감사 속에서 자유롭게 살게 될 것입니다. 공부 또한 하나님의 인생 계획 가운데 한 부분으로 인정하게 되면, 공부에 임하는 우리의 모습도 달라질 것입니다. 불안감과 스트레스에 파묻혀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만들어 가시는 내 미래를 기대하면서 공부하는 여러분이 되길 바랍니다. 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