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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준비하는 삶

과월호 보기 김지태 목사 (부산 영안교회)

나중에 무엇을 하고 싶니?
얼마 전 고3 친구들과 ‘나중에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남자 간호사, 영상감독, 웹툰 작가, 외교관,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겠다, 아직 잘 모르겠다는 대답 등 다양하더군요. 그러면서 새로운 직업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고,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오랜 시간 대화하면서 저는 조금씩 답답해졌습니다. 모두가 나름대로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현재 그것을 위해 준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각자 생각은 하지만 그것을 현실 속에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현재’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미래’가 다가 올 것입니다. 미래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어느 시점이고, 시간의 과정 속에서는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전혀 예측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재의 삶을 중요시하며, ‘지금 내가 경험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다보니 간혹 문제가 일어납니다.
미래에 대해 준비하지 않아서 겪게 되는 당혹감과 어려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다가 올 새로운 시간들에 대해 생각하지 못합니다. 막연하고 멀리 있다 생각하며 그때를 준비하지 않고, 단순히 현실을 즐기는 정도로 사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미래’를 위해 지금이라는 시간 속에서 어떻게, 잘 준비할 수 있을까요?

 

단순하게 그리고 크게 생각하라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에게 꿈을 물어보면 황당한 대답들이 많았습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친구, 우주인이 되거나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가 꿈인 친구들 등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고 전혀 현실적이지 못한 꿈들입니다. 그런데도 가끔 그때 그 시간들이 그립습니다. 요즘 초등학생, 청소년들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이성적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요!”, “저는 안정적인 공무원이요!”, “연예인이 되고 싶어요! 인기도 많고 돈도 많이 벌잖아요!” 등 무엇을 꿈꾸어도 괜찮을 이때에 꿈이 아닌 것들을 꿈꾸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유심히 살펴보니 그들 안에 생각이 너무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직 살아보지 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마음속에 가득합니다. 또한 앞으로 자신이 겪게 될 세상에 대해 너무 많은 고민과 걱정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현실적이고 이성적으로 꿈꿀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좀 더 단순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앞날을 알 수 없다고 해서 스스로 수많은 선택의 기회를 포기 할 필요는 없습니다. 현실이 어렵다고 내 미래 역시 어렵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 가능한 것 보다 불가능하더라도 도전적인 미래를 생각하고 꿈꿔야 합니다. 만약 우리의 미래를 현실적이고 이성적으로만 생각하고 준비한다면, 결국 미래에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수 있습니다. 좀 더 넓고 큰 미래를 상상하고, 큰 것을 꿈꿔야 합니다!


하나님께 나를 맡겨라!
저는 목사가 된 후 제가 살아온 지난 시간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솔직히 저는 목사가 되기에 자질이 부족합니다. 어려서부터 혼자 자라 약간은 이기적이며 개인적인 성향이 강합니다. 모태신앙이기 때문에 열정적이지 못했습니다. 제 삶에 대해 부정적이었고, 고등학교 때 목회자가 되겠다고 결심했지만 거룩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목사가 되었습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삶을 뒤돌아보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은,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를 통해 준비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통해 오늘의 내 모습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지난 모든 순간 속에서 저를 준비시키신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자기 인생은 자기가 결정한다!’라고 말합니다. 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인생을 살아가겠다고 스스로 결정은 했겠지만, 그것을 이루시는 분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우리 삶을 만져주시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저는 제 삶 속에서 그것을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저의 삶의 모든 사건들을 통해, 만남과 경험을 통해 오늘의 제 모습을 완성시켜 주셨습니다. 고통과 아픔까지도 하나님의 멋진 작품을 만드시는 도구로 사용하셨습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마음 속에 큰 꿈을 품었다면, 내 미래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면, 나의 삶을 통해 하나님이 일하실 수 있도록 신뢰와 믿음을 가지고 지켜봐야 합니다.


나의 미래
저는 가끔 고등부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이들의 미래를 상상해 봅니다. ‘10년 후엔 어떻게 변해있을까?’, ‘중년이 돼서 만나면 어떤 기분일까?’, ‘우연히 길에서 보게 되면 알아볼 수 있을까?’ 혼자 생각하고 웃으며 친구들의 앞날을 마음속에 그려봅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미래가 있습니다. 오늘의 ‘나’가 아닌 멋지고 훌륭하게 될 ‘나’가 있다는 것입니다. 비록 지금은 학생이기 때문에, 공부 때문에, 청소년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미래를 상상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분명한 사실은 현재보다 나은 새로운 시간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기도합니다. ‘하나님, 이들이 현재의 삶 때문에 자신의 앞날을 포기하지 않게 도와주세요!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기대하는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이 친구들이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말입니다. 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