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임사무엘 목사 (분당우리교회)
오후 3시 증후군
고난을 시간으로 표현하면 몇 시쯤 될까? 아마 ‘오후 3시’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시작하기엔 늦은 것 같고, 포기하기엔 이른 바로 그런 시간, 3시….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도, 떠날 수도 없는 고난의 시간과 오후 3시는 참 많이 닮아 있다.
오후 3시. 졸음이 찾아올 때 하품이 동반되듯, 고난도 절대 혼자 오지 않는다. 영적 망각 현상, 영적 근시 현상과 함께 찾아온다. ‘영적 망각 현상’이란, 은혜로 살아온 순간을 몽땅 잊어버리는 것이다. ‘영적 근시 현상’이란, 하나님은 보지 않고 눈앞의 문제만 크게 보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매번 고난의 시간을 지날 때 겪는 오후 3시 증후군이다.
위로가 아닌 약속
욥기는 성경에서 고난에 대해 가장 잘 말해주는 책이다. 욥의 고난을 통해서 우리는 고난이 위로받을 수 없는 것임을 발견한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욥기 말씀이 두 부분으로 나눠진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38장을 기준으로 해서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즉 우리의 고난은 ‘하나님의 약속이 있느냐? 없느냐?’로 나눠진다는 의미이다.
위로를 기다리던 욥에게 하나님께서는 평범한 약속을 주신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여 이르시되’라며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시는 것이 고작이다. 여기서 문제가 너무 커 보여 그 너머에 계신 하나님을 보지 못하는 영적 근시 현상을 발견한다. 말씀보다 감정으로 반응하고, 하나님보다 문제와 상황과 환경이 더 커 보이는 것이다.
하나님의 이름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 언약을 맺으시면서 주신 이름 여호와! ‘절대 떠나지 않고, 너를 지켜 보호하리라’는 약속이다! 고난 가운데 기도한다고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을 수 있다. 기도해야 할 기도제목 역시 그대로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함께 가겠다!’고 말씀하신다. ‘떠나지 않겠다!’고 그분의 이름으로 약속하신다. 이것 하나면 사실 모든 것이 다 바뀐 것이다.
함께하시는 하나님
예전에 한 수도원장이 제자들에게 새를 한 마리씩 나눠 주며 말했다.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새를 죽여서 가져오라고 말이다. 다음 날, 가장 아끼던 제자가 새를 죽이지 못한 채 가지고 왔다. 스승은 그에게 왜 새를 죽여오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러자 제자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어디를 가든지 하나님께서 보고 계셔서 새를 죽일 수 있는 장소를 못 찾았습니다”라고 말이다. 고난 가운데에서 우리가 이와 동일한 고백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포기하고 싶고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님께서 언제나 나와 함께 계셔서 그럴 수 없었습니다!”
다시 한 번,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손을 잡고 그분의 약속을 기억하며, 문제 가운데 담대하게 걸어갈 수 있는 <큐틴> 친구들이 되기를 바란다.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