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경덕 목사 (사랑의교회 주일학교 디렉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손님맞이를 위해 정성스레 정리한 내 방을 한순간에 우주 쓰레기장으로 만들어 버리는 초딩 사촌들의 만행, 오랜만에 만나서 “누구는 어느 대학 갔다더라” 은근 압박하시는 친척 어른들의 잔소리, 새해 다이어트 결심을 무너뜨리는 후덜덜한 설날 음식의 칼로리 공포.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날은 즐겁다!
훌쩍 커 버린 사촌들 만나는 것도 즐겁고, 아이돌이 총출동하는 설 특집 TV 프로그램 보는 것도 즐겁고, 밀리는 차 안에서 군것질하는 것도 즐겁고, 맛난 음식들 때문에 입도 즐겁지만, 우리가 설날을 기다리는 궁극의 이유는 두둥~ 세.뱃.돈!! 세배 후에 어른들이 건네주시는 세뱃돈을 받는 순간의 그 짜릿함을 무엇에 비교할까? 몇 달치 용돈과 맞먹는 금액이 한 번에 들어오는 설날은 정말 경이롭다. 초딩 때 받던 것보다 갑절로 불어난 액수를 보라. 브라보 마이 라이프!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와 존경을 담아 어른들께 깊이 고개 숙여 절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세뱃돈 주세요!
늘 모자라기만 한 내 용돈!
설 연휴 마지막 날, 두둑해진 지갑을 만지작거리며 돌아오는 귀경길 차 안에서 꼭 사고 싶은 머스트 해브 아이템들이 마구 떠오른다. 피자 신 메뉴 전단지를 어디 뒀더라? 올해 컴백한 아이돌의 새 앨범을 기필코 사고 말 테야. 온라인 게임 머니도 사고, 설날 특선 영화도 보고, 친구들과 쇼핑몰, 놀이동산, 스키장에서 겨울방학을 맘껏 즐기리라. 아! 사고 싶은 것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은 십대들. 우리들의 위시 리스트는 한이 없는데 늘 모자라기만 한 나의 용돈이여!
내가 부자가 된다면 요거트 뚜껑 따윈 핥아먹지 않겠어! 내가 부자가 된다면 마트 쇼핑 카트에 넣은 100원짜리 동전 따윈 뒤돌아보지 않겠어! 바게트 빵을 사서 우아하게 비둘기 먹이로 줄 거야. 이렇듯 야심찬 각오를 해 보지만, 현실의 나는 500원짜리 하나에도 심쿵한 존재. 밤늦은 시간, 학원 끝나고 오는 길 편의점 앞에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고르면서 드는 생각. 나는 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았을까? 나는 재벌 2세가 꿈인데 왜 아빠는 노력을 안 하실까? 왜 우리 아빠는 빌 게이츠가 아닐까? 내가 워렌 버핏이나 만수르의 아들딸로 태어났다면 학교 갈 때 마을버스를 타지 않을 텐데! 수영장 딸린 집에 살며, 가정교사와 함께 승마를 배우고 방학이면 유럽으로 여행을 다니며 럭셔리한 인생을 살았을 텐데! 나는 왜 부자가 아닐까!
돈을 섬기거나 하나님을 섬기거나
부자 청년의 뒷모습은 쓸쓸했다. 엄친아였던 청년의 인생에 실패란 없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마지막 한마디에 청년은 아무 말 없이 근심하며 돌아갔다. “네 소유를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라”(마 19:21) 부자 청년에게 건넨 말씀에서, 하나님 자녀인 우리가 돈에 지배당하며 사는 인생이 아니라 하나님의 다스리심 속에 살아가기 원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느낀다.
예수님 말씀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두 종류의 인생을 산다. 돈을 섬기거나 하나님을 섬기거나 둘 중 하나다. 둘 다 선택할 수는 없다. 내가 돈을 섬긴다고요? 에이~ 무슨 말씀을요! 하지만, 잠깐 생각해 보자. 우리가 생각하고 결정하고 선택하는 것들의 아주 많은 부분은 하나님의 뜻이나 말씀이 기준이 아니라, 돈이 기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점심에 뭘 먹지? 택시를 탈까 지하철을 탈까? 어떤 브랜드 옷을 사지? 어떤 직업이 좋을까? 이런 결정에서 우리의 판단 기준은 미안하지만 돈이다. 돈은 힘을 가졌고, 그 힘은 아주 강력하다. 무엇인가를 소유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보편적 욕망이다. 소유를 위해 꼭 필요한 돈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권세요 능력이다. 이 돈의 힘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은 딱 하나! 예수님 말씀대로 “다 팔아서 주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주는 것을 ‘기부’(donation)라고 하고, 하나님께 드리는 것을 ‘헌금’(offering)이라고 한다. 기부와 헌금 앞에 돈의 마력은 무용지물이 된다.
하나님 안에서 부요한 자
세뱃돈과 함께 한 해를 시작하며 우리 작은 결심 하나 하자. 하나님께 세뱃돈의 십분의 일을 드리는 것으로, 정한 헌금을 매 주일 드리는 것으로, 이웃에게 작은 나눔을 실천하는 것으로, 우리는 돈이 아닌 하나님을 섬긴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우린 아직 학생이지만, 아직 돈을 벌지는 않지만, 지금 가진 소유를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다면, 우리는 결코 가난한 자가 아니다. 기억하자. 우리는 부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부요할 수 있다. 그리스도인의 부요함은 결코 돈의 많고 적음으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