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15년 04월

만우절, 하얀 거짓말

과월호 보기 김경덕 목사 (사랑의교회 주일학교 디렉터)

선생님 당황하셨어요?
전교생이 약속이나 한 듯 선생님 속이기 프로젝트에 돌입하는 오늘은 만우절. 교실 문 위에 지우개 올려놓기, 칠판을 등지고 뒤로 돌려 앉기 등의 초급 레벨부터, 책걸상을 운동장으로 옮겨 놓거나 옆으로 쓰러뜨려 눕혀 놓기, “선생님! 죄송해요. 너무 힘들어요.”를 남겨놓고 반 전체 아이들이 운동장에 쓰러져 시체놀이 하기 등 학교에서 매년 만우절 장난의 레벨업은 끝이 없다. “아! 진짜 깜짝 놀랐잖아!!”라며 놀라시는 귀요미 선생님부터 “이거 너희 선배들이 다 했던 거다!”라며 심드렁하게 수업하시는 무반응 포커페이스 선생님에, 수업 방해죄로 단체 기합으로 응수하시는 선생님까지 반응도 다양하다.
‘내가 복권 1억 원에 당첨됐어! 5천만 원은 너한테 줄 테니 사고 싶은 거 모두 사! 아 참, 오늘 무슨 날인지 알지? ㅋㅋ’ 이런 애교형 장난부터 비누에 매니큐어를 칠해 아무리 문질러도 거품이 나지 않게 만드는 생활형 장난, 오레오 쿠키 사이에 크림 대신 치약을 짜 두는 정성 가득형 장난, 휴지심을 물에 불려 반죽해서 변기 옆에 두는 엽기적인 장난도 유행이다. 그래, 정말 유치한 거짓말에도 바보처럼 속아주는 오늘은 만우절(April Fool’s day)이다.

 

거짓말 나빠요
네티즌이 뽑은 만우절 최고의 거짓말 순위에는 ‘이거 너한테만 말하는 건데 - 친구’, ‘출발했어요. 금방 도착합니다! - 중국집’, ‘이 문제 시험에 꼭 나온다! - 선생님’, ‘난 괜찮아. 학생이 앉아! - 버스에서 할머니’ 등이 높은 순위에 올랐다. 유쾌한 거짓말은 무료한 학교생활에 활력을 줄 수도 있고, 장난기 어린 거짓말은 쑥스러운 고백의 수단이 될 수도 있고, 재미있는 거짓말은 서먹했던 친구 관계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도가 지나친 거짓말은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들고, 119나 112 등의 행정 기관에 거는 장난 전화는 범죄로 취급받아 수백 만 원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나무 인형 피노키오의 이야기나,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말로 크게 낭패를 당한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를 어린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유는 ‘거짓말은 나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우절은 일 년에 단 하루면 충분하다.

 

거룩한 거짓말
아브라함은 불안했다. 아내 사라의 미모에 온 이집트가 술렁거렸고, 바로 왕마저 사라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바로가 나를 해치지는 않을까?’ 불안했던 아브라함은 아내를 누이라고 속였다.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야곱은 억울했다. 장자의 권리를 쌍둥이 형에게 빼앗기다니. 간발의 차이로 늦게 태어난 대가치고는 너무 가혹했던 거다. 아버지의 축복 기도를 받아내고 말겠다고 다짐한 야곱은 형의 목소리와 외모를 그대로 흉내 냈다.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형들은 요셉이 미웠다.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한 녀석이 꼴 보기 싫었다. 요셉을 구덩이에 던지고 채색 옷에 피를 묻혀 아버지에게 가져갔다. 요셉이 죽은 줄 알고 통곡하는 아버지를 보며 속이 후련했다.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이런 것쯤은 해도 괜찮아!’ 이는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을 유혹한 사탄의 대표 거짓말이다. 사탄은 거짓의 아비요, 속이는 자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진실로 옳다. 거짓말은 금지된 행동이고 십대에게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일 년에 하루, 거짓말이 허락된 만우절처럼 우리의 거룩함을 지키기 위해 허락된 하얀 거짓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더러운 것들을 향해 “아니! 나는 보고 싶지 않아!”, 악한 일들을 향해 “싫어! 난 하고 싶지 않아!”, 유혹 앞에서 “괜찮아! 난 참을 수 있어”라고 말이다. 비록 내 속마음과 다르다 할지라도 우리 이렇게 의로운 거짓말을 하자. 미움이 솟아날 때 “친구야! 난 널 미워하지 않아!”, 복수하고 싶은 맘이 들 때 “그래! 널 용서할게”, 화나고 짜증날 때 “아니야! 난 괜찮아!”라고 말이다.


우리는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하고 아직은 예수님을 많이 닮지 못했지만, 내 욕망과 감정에 대해 하얀 거짓말을 하며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들을 향해 걸어간다면, 언젠가 이 모든 거짓말들이 내 인격이 되고 내 고백이 될 테니까. 그건 정말 유쾌한 거짓말일 테니까 말이다.Q